『장수정』<충북 청원군 양지리>|오덕균<충남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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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끔 여유 있는 식사를 즐길 기회가 오면 나는 신탄진에 있는「장수정」이란 장어구이 집을 찾는다. 장수정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북 청원군 현도면 양지리에 속하지만 현도교 밑 강 하나를 놓고 대전과 경계에 있기 때문에 대전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장수정은 역사가 30년이나 된 음식점으로 신탄진 강에서 나오는 뱀장어를 잡아 요리했는데 지금은 야생뱀장어가 달려 양식장어를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요리의 맛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20여년이 넘게 찾는 단골이 됐다.
장수정 장어구이는 장어 뼈를 고아 만든 국물에 장어를 담갔다 꺼내 물엿과 다진 생강·마늘·파·후추 등의 양념을 넣고 만든 장을 발라 구운 것이다. 고소하면서도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것이 다른 음식점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이 집의 별미는 장어구이 말고도 쏘가리매운탕이 있다. 배가 누런 쏘가리를 넣고 마늘·미나리 등을 곁들여 끓여 소주라도 한잔하면 입맛이 절로 난다.
장어구이나 쏘가리탕(각기1인분 1만원)을 주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주에 장어내장을 넣어 즉석에서 만드는 쓸개 주와 담북장을 곁들인 식사다.
전날 술이라도 먹고 속이 거북한때 쓸개 주를 마시면 속이 풀리며, 담북장의 투박한 맛은 고향을 찾아온 포근한 느낌마저 주고있다.
특히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 맛 이외에도 주인 김학전씨(50)내외의 장사 티를 내지 않는 진실한 태도와 장수정 앞에 흐르는 샛강과 뒤편 산 때문이다. 이들을 대하고 있노라면 매일 도회지생활에 찌들어사는 마음이 여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042)(9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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