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든 총 낚아챌땐 긴장했죠”/무장 탈영병잡은 이상태순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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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슈퍼마킷 4인조 강도 혼자서 체포경력도
한 경찰관의 용기와 성실한 근무자세가 설날연휴기간 서울을 자칫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을뻔 했던 무장탈영병 사건을 해결했다.
『총부리를 겨누며 위협했지만 우선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실탄을 15발이나 가지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합니다.』
서울 송파경찰서 형사계소속 이상태 순경(35)이 M16 소총과 실탄 1백여발을 가진 탈영병 오세호 하사(21)와 마주친 것은 4일밤 11시15분쯤.
차례도 못지내고 설날 아침부터 당직근무를 하던 이순경은 무장탈영병 사건으로 서울시 외곽지역에 대한 비상근무령이 내려짐에 따라 이날 밤 8시부터 가락동 일대에서 검문검색을 하던중이었다.
거리에서 수상한 사람들을 검문하던 이순경은 가락동을 지나다 카페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탈영병사건을 알려주고 빨리 문을 닫도록 하기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순경이 여주인에게 『빨리 영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뒤 카페를 나서려는 순간 총을 든 오하사가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총부리를 가슴에 들이대고 금품을 요구하는 범인앞에서 이순경은 순간적으로 총대를 낚아챘다.
범인과 이순경은 서로 총대를 잡고 4평 남짓한 카페바닥을 뒹굴며 잠시 몸싸움을 벌였고 유도 3단인 이순경이 업어치기로 범인을 쓰러뜨린뒤 총을 빼앗고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결투가 끝난뒤 이순경의 양주먹은 바닥에 깔려있던 유리조각에 10군데가 찢겨 유혈이 낭자했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게 경찰의 당연한 임무아닙니까.』
이순경은 「자신의 일이 결코 자랑할만한 일이 못된다」고 겸손해 했다.
고교시절부터 유도를 해왔다는 이순경은 86년 동국대 경영학과를 중퇴한뒤 무도경관시험에 합격,경찰에 투신했다.
특히 이순경은 90년 1월1일 서울 북가좌동 슈퍼마킷에 침입한 4인조강도를 혼자 붙잡아 서울시경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었다.
이순경은 88년 결혼한 부인(33)과의 사이에 세살난 딸을 두고 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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