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KUFTA시대] 농업협상 큰 틀서 매듭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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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연장된 한.미 자유무역협정(KUFTA) 협상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요 쟁점에 대한 양측의 의견 차이는 1일 오후 10시가 넘어가면서 거의 좁혀졌다. 마지막까지 쇠고기.자동차.섬유 등 핵심 민감 쟁점들은 양측 협상단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농업 분야 협상에선 여전히 쇠고기와 오렌지 등이 마지막 조율 작업을 했고, 자동차와 섬유도 막바지 '끝장 협상'을 벌였다.

정부는 이날 오후 9시30분부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막판 협상 내용을 최종 점검했다. 김종훈 KUFTA 수석대표도 오후 7시45분쯤 협상장을 나와 모처에서 긴급 회의를 하고 밤 늦게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등 긴급하게 움직였다.

농업 분야에서 한.미 양측은 이날 오전부터 협상장인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농업 분야 실무 협상을 벌여 전날 우리 측이 전달한 민감 품목에 대한 최종 마지노선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이제 정말 막판이라고 보며 된다"며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날 농업분과 고위급 협상을 이끌어온 리처드 크라우더(사진) 미 무역대표부(USTR) 수석협상관은 연장된 협상 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오후 5시30분쯤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 눈길을 끌었다.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은 농업 분야 협상의 전권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의 출국은 농업 분야의 협상이 이미 큰 틀을 매듭지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의 권한을 스티븐 분과장에게 위임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크라우더에 비하면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크라우더의 출국이 협상의 여지를 더 이상 주지 않으려는 고도의 미국 측 협상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측이 승용차 관세 즉시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협상도 마지막 협상을 벌였다. 잠시 양보하는 듯했던 미국 측은 다시 강경 자세로 돌아서면서 밤 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미 의회와 업계의 압력이 강하다며 미국 측의 수입 관세 철폐는 중기로 미루면서 한국 측엔 즉시 관세 철폐와 배기량 기준으로 세제를 개편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맞서 우리 측은 미국이 제안한 픽업트럭 10년 단계 관세 철폐안을 즉시 철폐로 바꾸고 자동차 부품의 관세도 즉시 철폐하라고 밀어붙였다.

섬유 협상도 막판까지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 측은 국내 섬유업체들에 대한 경영 정보 제공과 국내 업체에 대한 현지 조사권 등 미국 측 요구를 들어주는 대가로 폭넓은 관세 양허안과 중국산 등의 원사를 사용한 섬유.의류를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급격한 자금 이탈을 막는 일시 세이프가드와 우체국보험의 규제 범위를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인 금융 분야는 오후에 협상을 재개해 대부분의 쟁점을 타결했다. 금융 세이프가드 도입 문제 역시 마지막까지 협상장을 달궜다.

한편 양국의 협상 사령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쇠고기를 비롯한 농업 민감 품목과 자동차.섬유.금융 등의 핵심 쟁점을 놓고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최후 절충을 위한 마라톤 협상을 계속했다. 장관급 회담에서는 농산물 가운데 쇠고기와 오렌지, 자동차와 섬유시장의 상호 개방폭,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상인 간접 수용의 범위 등이 핵심 의제로 올랐다.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마지막 남은 주요 쟁점들을 놓고 최후의 주고받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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