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현대」사태의 파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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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년 대형 노사분규 1호로 등장한 현대자동차 사태가 협상에 의한 자율적 타결을 이루지 못한채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선택만을 남기게 되었음을 우리는 깊은 우려로 받아들인다.
지난 한햇동안 노동 현장은 자제와 자율적 분규처리의 관행이 정착되는 기미를 보였고 일더하기 운동이 노사간의 공감대로 받아들여진 분위기였다. 이제 현대자동차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종전의 극한 투쟁과 강경진압이 환원되는 첫 시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극한 투쟁의 현실적 경제손실은 이미 수치로 제시되고 있다. 회사측 계산에 따른다면,매출 손실은 4천2백억원에 이르렀고 협력업체중 17개사가 자금압박으로 도산했으며 자동차 관련 부품회사 22개 사가 연쇄휴업에 들어가면서 울산의 지역 경제가 멍들기 시작했다.
지역 경제뿐이 아니다. 1월중의 자동차 수출 차질만 따져도 2만5천여대의 수출이 중단되면서 1억5천만달러의 수출액이 감소되었다. 한 기업 내부의 성과급 추가지급 시비 투쟁이 지역 경제,나아가 국가 경제를 멍들고 망가지게 하는 중요 요인으로 이미 작동하고 있다.
바로 이런 우료와 손실 때문에 울산시민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대회를 열고 타협과 정상조업을 촉구했지만 노사간의 협상은 이뤄지길 않았다.
모처럼 조성된 노사화합의 일하자는 분위기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고 앞으로의 노동현장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미 10일이 넘게 조업중단 상태에 있는 효성중공업이 20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고,6대도시 시내버스 업체들도 요금인상이 실현되지 않으면 전면 파업하겠다고 결의하고 나서 걱정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형분규 1호인 이번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노조의 투쟁방식이 얼마나 합법성을 갖느냐에 새삼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성과급 1백50%요구라든지,이미 전입 집행부에서 선례로 받아들인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새로운 투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노조쪽의 투쟁형태는 합리성과 합법성을 결여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방식이 이처럼 합법성과 합리성을 무시하고 극한 투쟁으로만 치닫게 될 때,우리는 지난 3년여의 세월속에서 수없이 보아온 노사 대립과 경제파탄을 다시금 확인하는 참담한 결과 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의 분규가 이런 모든 사회·경제적 고리와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투입이라는 최후 수단만을 남기게한 현대측의 노무관리와 협상 자세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이번 노사분규가 올해 임금투쟁의 나쁜 선례로 작용하지 않게끔,일더하기 운동의 화합적 분위기를 깨는 또다른 부작용으로 확산되지 않게끔 노·사·정의 신중하고도 이성적인 대처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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