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선거 연기/14대총선 최대쟁점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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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 “국민의 뜻”­야 “약속 위반”/여 “공약으로 심판받겠다”… 재계도 환영/민주선 『실정법 어긴 것… 당운걸고 저지”
노태우 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 연기선언이 이번 선거의 최대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민자당은 이를 총선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것이고,민주당등 야권은 이미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금년 4대선거의 돈선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기초·광역단체장·국회의원선거 동시실시로 돈선거의 폐해를 최소화할 방안도 있는데 이를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연기선언이 설득력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체장선거 연기는 여야간 날카로운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재계·사회단체로 찬반으로 나뉘어 사회문제가 될 전망이다.
◇찬성=정부·민자·재계
○…청와대·행정부·민자당 등 여권은 자치단체장선거 연기가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찬성을 받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결과 『6·29정신 마무리에 흠집이 생긴다는 명분상의 불이익보다는 국민들이 4대선거의 부작용 피부로 느끼고 있으니 실리적인 측면에서 지지를 모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경제계는 올해 어려운 경제사정을 생각할 때 경제·사회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이구동성으로 환영이다.
손주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민자당은 이번 14대선거때 단체장선거 연기를 공약으로 내세워 표의 심판을 받겠다. 이 과정을 거치고 올라온 14대의원들이 국회에서 법을 고쳐 연기를 최종 확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공언해 여권이 이를 선거쟁점으로 내세워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여당은 ▲수조원의 돈이 뿌려지고 ▲지역개발공약이 쏟아져 물가가 위태로워지는가 하면 ▲겨우 수그러든 부동산투기가 다시 고개를 쳐들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구조 심화·행정혼란·국정운영의 차질 등도 간단치 않다고 정부는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기초단체장선거 7천8백억원,광역단체장선거 3천억원 등 1조8백억원에다 총선 2조8천4백40억원까지 합하면 약 4조원의 자금이 풀린다는 한 연구소의 분석을 인용,돈이 엄청나게 풀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10만원꼴로 미국의 11달러(88년 지방선거)에 비해 12배에 해당되고 우리나라 연간 총통화평균잔액 70조원과 대비할 때 엄청난 규모라는 것이다.
또 총선·자치단체장선거에 동원되는 법정선거운동원수만 연인원 1천2백92만명에 달해 농업 및 건설·제조업분야에 사람이 달리게 된다고 본다.
행정쪽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1년이내에 대통령·국회의원·단체장을 한꺼번에 바꾸면 국정에 구멍이 뚫릴 수 있고 ▲단체장 권한이 막강한 우리 정치문화로 볼때 중앙통제가 불가능해지고 「문외한」에 의한 전횡이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은 지방의회선거와 단체장선거 사이를 2년으로 조정하고 기능도 단체장에게는 지역대표역할만 부여하고 국가가 임명하는 부단체장에게 행정집행권을 대폭 넘겨주는 방향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민주당등 야권
○…민주당은 노대통령의 단체장선거 연기선언을 대 국민약속을 저버린 초법적 위법행위로 판단,강경한 저지투쟁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노대통령의 선언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임명된 자치단체장에 의해 관권·행정선거로 치르겠다는 정치적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연기불가피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어려움등은 단지 수사적인 이유일뿐 진정한 속셈은 관권·돈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즉 단체장선거를 1∼2년 연기,현재의 도지사·시장·군수 등에게 「자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이들을 관권·행정선거에 동원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권후반기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이를 선거전에서의 여당 프리미엄으로 활용하기 위한 저으로 파악하고 있다.
행정조직의 도움없이는 매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정부·여당이 이들 정부 임명단체장들을 통해 돈선거를 하려 한다는 것이 민주당측의 우려인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야권통합 여파로 서울등 일부 대도시지역의 단체장선거에서 지면 대통령선거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치밀한 계산 때문이라고 주로 정치적 이이를 꼽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야권통합후 늘어난 정치수요를 단체장선거에서 소화하려 했는데 이것이 차질을 빚어 심한 공천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단체장선거 연기 불가피는 실정법 위반이며 돈이 많이 풀린다는 주장은 동시선거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체장선거 연기선언이 나오자마자 김대중 대표는 대통령이 실정법 위반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것으로 탄핵사유가 된다고까지 말했다.
실제로 14대국회가 구성돼 지자제문제를 논의하면 금년 6월30일까지 실시시한이 못박혀 있는 단체장선거는 못하게 되는게 뻔해 청와대측이 법에 무리가 없다는 주장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노무현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제일 큰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위기론등은 3대선거 동시실시와 선거공영제 강화,정부·여당의 돈안쓰는 선거의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여야합의에 기초한 국민적 합의를 대통령이 짓밟는 것은 분명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비난 했다.
노대통령이 단체장선거 연기이유를 밝히면서 자신은 지방자치제를 실시한다고 공약했으며 이에 따라 지방의회만 구성하면 공약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너무 안이한 속임수이며 실제로 지방자치제 는 지방의회뿐 아니라 단체장선거까지 실시해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정부측도 누차 주장한 바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명백한 약속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6공정부의 기만성을 부각시킨다는 생각이다.<정석균·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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