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 광고모델 나선 부시/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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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시 미 대통령이 텔리비전 광고모델로 나섰다.
미국에 유럽관광객을 유치키 위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모델을 자원했으며 이 광고는 내년 1월13일부터 영국 TV에 방송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 광고에서 직접 육성으로 『미국 대통령의 초청장을 받기를 기다리고 계십니까』라는 농으로 시작하여 미국의 그랜드캐년·5대로 등 풍부한 관광거리를 소개한뒤 『지금이 미국관광을 하실 적기입니다』고 끝을 맺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설명하는 동안 자신이 캘리포니아 골프장에서 골프치는 모습과 미국이 최고의 관광지라는 그의 노래가 배경으로 깔린다.
부시 대통령이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는 이유는 불황의 늪에 빠진 미국경제를 어떻게든 소생시켜 보고자하는 의도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처신에 반대하는 측도 없지는 않다. 대통령이 특정 산업을 도와주는 것이 잘못됐다고도 하고,혹자는 전통적으로 사기업에 관여하는 것을 기피했던 미국 정부의 철학을 뒤엎는 행동이라고도 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측의 설명은 다르다.
외국 관광객들이 몰려와 돈을 쓰면 비단 1백만명의 관광업 종사자들 뿐 아니라 미국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들이 관광을 위해 자동차를 빌리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미 자동차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금년에만 4천1백60만명의 외국관광객이 찾아와 5백30억달러를 뿌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백악관측은 영국의 광고가 효과를 거둘 경우 일본과 독일에도 이 광고를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번 걸프전때 테러 위협을 걱정해 항공여객이 줄어들자 대통령부인 바버라여사는 일부러 일반여객기를 이용하여 민항업계를 도운적이 있다.
우리 같았으면 과연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일반부처의 국장만 되어도 벌써 목에 힘이 들어가 거동이 부자연스러울 지경인데 감히 대통령에게 광고모델이 되어달라고 주문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권위주의의 껍질을 쓰며 체면타령을 하고 있는 동안 의식이 깬 나라들은 실용을 앞세우며 우리를 성큼 앞질러버린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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