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 부담금 '부담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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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북 완주군은 지난 10월 초 봉동읍 첨단과학산업단지 안에 짓는 코아루아파트 7백57가구의 계약자들에게 가구당 50만~73만원씩 학교용지 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최근 20여명이 "부담금을 취소시켜 달라 "며 감사원의 심사청구 신청서를 내고, 완주군에 항의 전화를 해 직원들이 일을 못할 정도다.

김모(47)씨는 "큰 평형의 고급 빌라나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은 내지 않는 부담금을 왜 서민들만 물어야 하냐.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정두 완주군 주택행정계장은 "부담금 불복 청구는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어 이의 신청이 앞으로 봇물을 이룰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 분양 공급하는 아파트의 계약자에게 시.군.구가 부과하는 학교용지 부담금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학교 부지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3백가구 이상의 분양 아파트 계약자나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용지 계약자에게 분양가의 0.8%를 부과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교육부가 제정한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올부터 조례를 만들어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3백가구 미만이거나 전원주택의 경우는 큰 평형이라도 부과하지 않아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구시에서는 수성구 범어동 N아파트와 시지동 T아파트 계약자 30여명이 학교용지 부담금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2억2천여만원에 분양된 N아파트 34평형 계약자의 경우 1백80여원씩 부과됐는데 부당하다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맞물려 대규모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는 대전시는 감사원 심사청구를 한 사람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성구 7백50명(총 11억3천만원)▶서구 1백34명(총 1억8천여만원)▶동구 65명(총 8천9백여만원) 등 무려 9백58명에 이른다.

유성구에 이의 신청을 한 이모(51.대전 중구 목동)씨는 "수백만원의 부담금을 건설업자가 아닌 입주자에게 물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납부 의무자를 입주 여부에 관계없이 최초 계약자로 제한한 점도 분양 계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충북 청주시의 경우 학교용지 부담금을 올들어 11월 말까지 6천7백명에게 69억4천7백만원을 고지했으나 이 가운데 3백62명이 민원을 제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같은 민원이 지난 10월 초까지는 거의 없었으나 인천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청구 뒤인 10월 말부터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날 경우 환급받을 것을 기대하고 이의 신청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천지법 행정부는 지난 10월 학교용지 부담금의 근거 법률인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이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정했다. 3백가구가 넘는 소형 아파트 입주자는 부담금을 내는 반면 3백가구 미만 대형 아파트 입주자는 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원고인단 3백37명을 모집해 헌법소원을 제기 중인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위헌 심사가 진행 중인데도 부담금을 계속 부과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부담금 징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학교용지 부담금 고지서를 보내지 않고 있다. 한편 학교용지 부담금 불복 운동을 펴고 있는 한국납세자연맹(www.koreatax.org)이 집계한 결과 3일까지 전국에서 총 5천6백76명(부담금 총액 95억6천9백만원)이 감사원의 심사청구를 신청했다.

학교용지 부담금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더라도 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처분 관청에 이의 신청(감사원 심사청구)을 한 사람만 환급받을 수 있다.

안남영.장대석.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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