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용돈 10%만 줄여보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학생들이 한달에 쓰는 용돈이 19만5천원이고 그중 40%가 식사·유흥비에 쓰여지고 있으며 그 용돈의 대부분(82.5%)을 부모·형제로부터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 대학 4학년생 1천6백50명을 대상으로 한국대학신보사가 설문조사한 이 발표를 보면서 많은 부모들은 내자녀에겐 얼마를 주고 있나를 꼽아보았을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생의 용돈으로는 지나친 액수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번쯤 했음직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자녀 용돈의 적정선이 얼마여야 하나를 신중히 생각해보는 부모라면 자신이 다녔던 대학시절로 기억은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사시사철 검은색 작업복에 군화를 신고 칫솔 하나를 바지뒷주머니에 넣은채 친구 하숙집을 전전하며 눈칫밥먹던 일,가정교사 자리를 천행으로 얻었을때 오는 포만감,버스 탈 돈이 없어 10리,20리나 되는 등하교 길을 걸어 다니는게 생활화되었던 시절….
대학생을 자녀로 둔 반백의 부모라면 자신의 신고에 찼던 대학시절과 오늘 대학생이 된 자녀의 생활 모습을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모는 비록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내 자녀에겐 가난과 궁상에 찌든 대학생활을 답습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역경속에서 젊음을 보내야만 건강한 정신과 근면·절약의 태도가 생활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의 자녀관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우리가 동의해야 할 일은 지금의 부모는 옛날과 달리 대학생이 된 성장한 자녀에게까지 지나친 과보호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설문조사의 통계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해도 용돈 액수가 20만원에 가깝고 대부분의 대학생이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쓰고 있다는 사실은 부모의 과보호 경향을 단적으로 표시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어렵고 힘든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이 대견해 승용차를 사주고 후한 용돈을 주며 대학이후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않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버릇없는 학생,공부 안하는 대학생이 생겨나고 대학가 주변에는 값비싼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들어서고 고급의상점이 성시를 이루는게 아닌가.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경우 일부 대학생의 소비경향은 느낌만으로도 월 20만원의 용돈이 부족하리만큼 흥청대고 있다. 대학생 과외가 허용되며서 대학생의 소득이 많게는 월 1백만원에서 적게는 30만원까지 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경우에 따라 대학생의 과소비 현상은 성인을 능가하는 추세라는 짐작이 간다.
졸부와 가진자만의 과소비와 향락이 아니라 「이젠 대학생마저!」라는 허탈감을 안겨주는 일부 대학생들의 과소비 현상이 대학가에 번져나고 있다. 부모의 과보호가 자녀의 과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과소비 대학생의 숫자가 적고 일부 계층의 자녀에 국한된 사항이라해도 대학생의 전국 평균 용돈 액수가 20만원이라면 그것은 일부의 추세가 아닌 우려할만한 전반적 흐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생과 비슷한 나이의 산업체 생산직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33만∼34만원임을 생각한다면 대학생 용돈 20만원은 큰 돈이 아닐 수 없고 용돈의 절반을 식사와 유흥비에 쓴다는 대목에 이른다면 분노마저 일지 않을 수 없게된다.
지금 바야흐로 30분 일 더하기 운동이 기업과 산업체 현장에서 일기 시작하고 10%라도 절약하자는 운동이 국민적 공감대로 자리잡는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눈앞의 국가 장래를 책임져야 할 대학생이 낭비와 향락에 안주한다면 우리의 장래는 기댈 곳이 없게 된다.
대학생 용돈 20만원중에서 10%만 줄인다 해도 그 액수는 연간 2천4백억원이라는 거액이 절약된다.
일 더하기 운동과 10% 절약운동이란 부모들만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대학생 스스로 공부 더하기 운동과 용돈아껴쓰기 운동을 이심전심으로 함께 벌여야만 우리의 미래도 밝다는 확신을 갖게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