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꿈' 이룬 18세 소녀가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역사 선생님이 될 겁니다."

4일 오후 발표된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1천80명 가운데 소녀 가장 장희(18.전남 담양 창평고3)양이 들어 있다. 딱한 처지와 환경을 딛고 사범대 사회교육계에 붙은 의지의 소녀다.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어머니는 집안 살림은 조금씩 하지만 바깥 생활은 전혀 안 되는 상태다. 중3인 여동생 역시 정신지체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래서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뜬 네살 때부터 시장 보기에서 공과금 납부까지 모든 가사를 도맡으며 자랐다.

"집안일을 하고 동생을 돌보는 시간이 나에겐 휴식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張양은 말한다. 이렇게 공부해 비평준화 학교인 창평고를 수석 입학했고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한때는 다른 친구들 가족과 다른 모습인 어머니와 동생이 부끄러웠던 적도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집에 오면 인사도 안 시키고 곧장 밖으로 나가버리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 같아 후회가 된다"는 張양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하루빨리 가족들을 편안히 모시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張양은 학생들과 함께 자주 현장답사를 다니면서 생동감있는 수업을 꾸려나가는 교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날 합격자 중에는 張양 말고도 소년.소녀가장 세명이 더 있다. 열살 때 어머니를, 13세 때 아버지를 잃은 정신영(18.전주 영생고3)군도 사범대 과학교육계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대 측은 "소년.소녀 가장의 경우 1단계 전형에서 2점의 가산점을 받지만 이번 합격생들은 이와 관계없이 모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