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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작동방법/내년부터 한글로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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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1개 제품 9백18개 항목 “알기쉽게”/외제품도 의무화… 수입억제 효과도
국내 가전회사들이 뒤늦게나마 TV·냉장고·세탁기 등의 작동방법등을 한글로 표시하겠다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수입 전기제품도 작동방법이나 주의사항 등을 상품 몸체와 설명서에 한글로 표시해야 국내에서 팔 수 있게끔 관련 규정이 바뀌어 조만간 전자제품에 있어서도 한글이 제대로 대접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전메이커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용품을 만드는 회사는 한결같이 작동방법 등을 영어로 표기해 왔다.
이 때문에 영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적잖이 당황했던게 사실이다.
또 가전회사들도 이른바 「난센스 콜」이라는 것 때문에 홍역을 치러왔다.
소비자들로부터 『서비스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찾아가보면 제품에는 이상이 없는데 소비자가 제품사용법을 잘 몰랐거나 조작을 잘못해 작동이 제대로 되지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가전3사들은 내년부터 새로 만들어 파는 가전제품에는 작동방법등을 모두 영어 대신 한글로 표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가전 3사는 공동으로 한글 표준화작업팀을 구성,두차례의 협의를 거쳐 한글명칭을 만들었다.
가전3들이 앞으로 한글로 표시하게될 대상품목은 51개이고 한글로 표시할 사항은 모두 9백18개에 이른다.
우선 TV의 경우 「ON」은 「켜짐」으로,「TONE」은 「음색」으로 바뀌는 등 모두 75개 표시내용이 한글로 바뀐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AFT→자동미세조정,AUDIO→음성,CONTRAST→명암,BRIGHT→밝기,MENU→기능선택,POWER→전원,TINT→색상,VOLUME→음향,VIDEO→영상,MUTE→음소거,REMOCON→원격조종기 등이다.
또 냉장고는 ICE BANK→얼음저장그릇,CRYSTAL ICE→수정얼음,EGGS CORNER→계란꽂이,CHILLED ROOM→특선실·싱싱실,FREEZER ROOM→급속냉동실,UTILITY CORNER→다용도 코너,VEGETABLE BOX→야채실 등 모두 23개 표시내용이 한글로 된다.
이밖에 녹화재생기(VCR)의 경우 FF→빨리감기,REC→녹화,SHIFT→이동,CUE→빠른재생,EJECT→꺼냄,STILL→정지화면,MEMORY→기억,TEXT→화면가림,LENGTH→녹화시간 등으로 바뀐다.
이같은 국산 가전제품의 한글화 추세에 때맞춰 수입가전제품도 주요 기능을 한글로 표시토록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본래의 뜻 말고도 무분별한 수입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국내 가전업계는 미국에 수출할때는 영여로,일본에 수출할 경우 일어로 표시해 왔다.
그럼에도 수입 가전제품은 물론 국내업체들이 만들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는 가전제품조차도 영어로 표시해온 것은 『한글은 모양이 없다』『영어로 만들어야 잘 팔린다』는 등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한글화가 점차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용어도 좀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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