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두번째 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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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드 지저스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자칭 예수다.

6일자 ABC뉴스는 자신이 재림한 예수라고 주장하는 남자에 대해 보도했다. 마이애미 비치의 문신 시술소에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모두 몸에 '666'을 새기러 온 사람들로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매우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크리스천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현존하는 예수를 섬긴다는 것이다. 이들의 예수는 휴스턴 교외 지역에 사는 한 남자로 본명은 퓨에르토 리칸이다. 그러나 추종자들은 이 남자를 호세 드 지저스라고 부른다.

호세 드 지저스는 적그리스도의 개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적그리스도는 가짜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새로운 현현을 의미한다.

추종자들 중 한명은 적그리스도의 신개념에 따라 "사람들이 나를 적그리스도 교도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666도 그래서 새기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황당하게 다가오는 이 신흥종교는 의외의 호응을 얻어 전세계 각지에서 열렬한 추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 추종자들이 현재 약 1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추종자들이 내는 헌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드 지저스는 보통 사람같이 태어났다. 보통사람보다 더 가난하게 자랐다. 게다가 마약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 시절을 도둑질로 보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정부 지원을 받는 주택에서 힘겹게 컸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는 8번의 중죄를 저질러 9개월 간 감옥 생활을 한 적도 있다.

많은 범죄자들이 말하듯 드 지저스 역시 감옥에서 회개하고 새 영혼으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청년 그룹과 어울리며 드 지저스는 깊은 감화를 받았고 결국 보스턴의 성직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퓨에르토 리칸은 신을 모시는 인간이기 보다는 신 그 자체가 되길 원했다.

1973년 신은 그의 소원을 들어줬다. 드 지저스의 주장에 따르면 두 명의 천사가 나타나 예수의 영혼과 그의 영혼이 합일을 이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사렛 예수와 나의 몸에 깃든 영혼은 똑같습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실제로 예수의 현현이라고 증명할만한 물리적인 증거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신자들 역시 자신에게 증거를 요구한 적은 없다면서 만족감을 내보였다. 그는 "사람들은 나의 가르침으로 내면에 있는 천사와 같은 천성을 발휘하여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라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자칭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아마도 드 지저스가 사람들로 하여금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설교하기 때문일 것이다. 드 지저스가 공항에 나타나면 추종자들은 악단을 데리고 가서 성대하게 맞이한다.

그의 설교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다. 기묘한 것은 여느 신흥 종교단체에서 볼 수 있는 기적의 치유라든지 눈을 뒤집기 같은 격렬한 의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 지저스는 단지 설교할 뿐이며 설교는 지극히 이성적이며 차분하게 진행된다. 사람들은 설교만 듣고 자칭 예수의 팬이 되는 것이다.

드 지저스에 따르면 지옥도, 죄악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 죄악은 이 세상에 없었지요. 나사렛 예수가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함으로써 우리는 신 앞에 부끄럼 없는 새하얀 몸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드 지저스의 논리에 따르면 도둑질과 살인은 속세에서 범죄로 인식되지만 종교적인 죄악은 아니다. "우리가 만약 범죄를 저지른다면 현세의 법으로 심판 받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게 하늘 나라 법에도 걸리는 건 아닙니다. 당신의 범죄행각과 천국의 심판은 무관합니다."

드 지저스는 자신의 논리에 충실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한다. 그는 여성을 매우 좋아하며 결혼을 두 번 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스카치를 쥐고 그는 "예수가 포도주를 마신 이유는 듀어스(영국 유명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가 없어서 였다고요."라며 당당히 술을 마셨다. 그는 추종자들과 술집에서 즐겨 만난다.

사람들의 눈길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드 지저스는 "예수 역시 이러한 장소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열린 대화를 즐겼지요. 그리고 그 당시 소위 가장 종교적이었던 사람들이 그를 비판했습니다. 나는 예수와 똑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분명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마약과 지나친 음주로 술에 취하는 것이다. "예수는 포도주는 마셨지만 술에 취한 적은 없었지요."

자칭 예수의 교회는 많은 헌금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돈은 자칭 예수의 딸 조앤 드 지저스에게 모인다. 그녀는 드 지저스 교회의 공식 회계를 담당하며 많은 선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호화스러운 선물들은 신자들이 아버지한테 드린 거에요. 자발적으로 다들 선물을 안겨주세요."

호세 드 지저스는 새로운 추종자만큼이나 많은 적을 두고있다. 어떤 사람은 그를 악마의 현신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그가 돌팔이에 사기꾼이라고 욕한다. 그러나 그가 미운 털 박히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카톨릭 교회를 부정하는 설교 때문이었다. 드 지저스의 추종자들은 교황의 사진을 태우고 성당 밖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호세 드 지저스 교회의 품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해 드 지저스는 "잘못된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죄없이 순결한 가장 깨끗한 영혼들"이라고 부른다.

그의 교회는 현재 쿠바, 베네수엘라, 콜럼비아 등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드 지저스는 교세를 미국 내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마이애미는 전 세계를 이어주는 하나의 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히스페닉계 미국인도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나의 가르침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백인도 나의 교리에 따라 삶을 영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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