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쌀시장 빗장/GATT 「예외없는 수입개방」 천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캐나다·인도등과 공동저지/GATT는 전원합의제… 협상결렬에 한가닥 기대
쌀시장 개방문제가 걸려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이 최근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UR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GATT의 던켈 사무총장은 이달초 『협상을 더 지연시킬 필요가 없으며 11월초까지 직권으로 합의초안을 제시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각국이 11월중 수용여부를 결정하고 내년 2월까지는 협상을 타결짓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 대표단의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불리하게 돼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농산물 수입개방(관세화)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던켈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이 말은 한국도 쌀시장까지 빗장을 열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관세화란 수입개방을 전제로 처음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차츰 관세를 낮춰 결국엔 완전개방으로 간다는 방법이다.
UR만이 아니라 그 주변환경도 좋지가 않은 것이 17일 폐막된 IMF 총회와 총회기간중의 G7 재무장관회담은 「UR가 조속히 타결되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다시 표명했다.
또 지금까지 우리와 같은 입장이었던 스위스등 일부 국가가 입장전환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불리한 대목이다.
스위스·오스트리아 및 북구 4국 등 EC(유럽공동체) 비가맹유럽국가들은 종래 우리와 같이 「쌀등 기초식량은 자유교역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말부터 국내 농업보조가 충분히 허용되고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면 전면 수입개방도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어 가고 있다.
이들 국가가 완전히 자세전환을 하게되면 「예외없는 수입개방」에 적극 반대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캐나다·인도·멕시코·이스라엘 정도로 소수화 된다.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케언즈 그룹(농산물수출보조금이 없는 호주·아르헨티나·태국 등 14개 농산물 수출국)은 시종일관 예외없는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EC는 예외품목결정에 기술적 애로가 많은 만큼 국내보조금 문제를 통해 해결하자는 절충적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업보조금을 깎는다면 UR협상 자체를 못하겠다고 강경입장이던 EC 12개국은 최근 어느 정도는 보조금을 깎을 수 있다는 쪽으로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부는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고 국회는 15일 쌀등 기초식량 수입반대결의문을 특별히 채택하는 한편 대표단 5명을 21일부터 GATT가 있는 스위스에 파견,한국국민의 강력한 반대의지를 전하기로 했다.
농협도 한호선 회장이 13일부터 GATT를 방문,한국 농민의 뜻을 전했으며 축협도 15일 결의대회를 갖고 기초축산물의 수입개방반대를 외치는 등 농민단체들은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전농·경실련도 성명등을 통해 같은 주장을 하고,특히 선진국들의 농산물 수출보조가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각규 부총리등도 이에 대해 『쌀시장 만큼은 식량안보차원에서 절대로 개방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지만 불리한 대세에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지난해 10월 15개 농축산물의 수입개방 제외를 요구했다가 선진국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올들어 쌀등 2∼3개 식량안보용 기초식량만의 제외로 완화해 농민단체에서는 정부가 과연 쌀시장개방을 저지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우리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유예기간 설정·국내보조금 감축폭의 완화 등 개도국 우대조치 ▲우리 농민에게 피해를 주는 농산물 수출국의 농산물 수출보조금 삭감 ▲농업구조 개선·조정을 위한 농가보조금의 충분한 허용 등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나라별로 또 이해가 달라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조일호 농업협력통상장관은 『GATT는 전원 합의제인 만큼 던켈 총장의 무리한 시도는 협상을 깨버릴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우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본등 우리와 입장이 같은 나라들과 함께 수입개방 예외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일기자>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한 각국 입장
▲구분:전면개방
△나라:미국·케언즈그룹(호주·태국 등 14개 농산물수출국)
△입장:전면 수입개방
△나라:EC 12개국
△입장:예외품목 결정 어려워 농업보조금으로 해결
▲구분:유동적
△나라:스위스·오스트리아·북구4국
△입장:농업보조금 충분히 허용되면 수입개방 시사
▲구분:일부제외
△나라:한국·일본·캐나다·인도·멕시코·이스라엘
△입장:기초식량 수입개방 제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