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감축이 입시부정 막는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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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국대 입시부정사건으로 재단 이사장과 전임 총장이 이미 실형을 받았고 성균관대 또한 사상 유례없는 1백2명의 부정입학자를 받아들여 당시 총장과 실무 책임자들이 구속된 상태이고 이대 무용과의 2명의 교수가 구속되고 4명의 신입생이 부정입학의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입시부정의 구조적 문제점을 잠시 접어두고 입시부정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교육정책의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보이는 대처방식에 대해 우선 언급코자 한다.
교육부는 서울대음대를 비롯한 에체능계 입시부정사건이 발생했을 때 입시관리란 대학 고유의 자율권에 속한다고 보고 향후의 예체능 입시 관리는 종래의 교육부 주관의 공동관리제에서 대학 자율에 맡긴다며 슬며시 빠져버렸다.
건국대 입시부정이 터지자 이번엔 부정입학자 숫자만큼 해당 대학의 내년도 입학정원을 감축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대 무용과 입시부정사건 이후에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대학에 대한 학사감사는 교육부의 고유 권한인 동시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중차대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져야할 권한은 대학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벗어버렸다. 이에 비해 대학입학 정원이라는 고삐를 잡고 있는 교육부는 그 권한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부정입학이 있으면 그 숫자만큼 입학정원을 줄인다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
교육법 시행령 68조의 2에 따르면 학교의 장이 감독청의 시정변경 또는 명령을 어겼을 경우 「학생정원의 감축 또는 학급학과의 폐지,학생모집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다. 입시부정이 있는 학교와 학과에 대해 정원을 감축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분명히 교육부는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제기코자 하는 바는 입시부정의 발생요인이 교육부의 감사불철저와 제도적 허점에도 상당부분 그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의 주무부서는 그 책임을 대학과 교수에게만 돌리고 정원 감축이라는 목조르기에 들어가는 대처방안이 과연 온당하냐는 점이다.
이대 무용과 경우 드러난 입시부정이 4명이라면 큰 숫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성균관대는 전체 신입생의 3%에 해당하는 입시부정이 있었다. 크게는 1백여명,적게는 4명의 신입생 숫자가 줄어들 것이고 지금 당장 입시를 눈앞에 둔 입시생들이 그만큼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가 오히려 정원감축이라는 칼을 빼들고 선의의 학생들에게 불이익과 피해를 준다면 도대체 앞뒤가 맞질 않는 대처방식이다. 또 교육부 스스로 대학재정의 어려움을 풀어줘야한다고 앞장서 기여입학제를 거론하면서 대학재정의 숨통을 막는 정원감축을 부정입학에 대한 제재방법으로 동원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 처사다.
따라서 입시부정학과에 대한 정원감축은 입시부정을 막는 아무런 대책도 아닐 뿐만 아니라 선의의 입시생과 대학재정에 치명적 피해만을 주기 때문에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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