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바꾼다고 역사 바뀔지엔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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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현행 교과서에도 고조선과 단군왕검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남 얘기하듯 적은 소극적 표현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우리 역사책인 '삼국유사'와 '동국통감'을 인용하면서 '~고 한다'고 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이를 못마땅해하는 이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올 신학기에 배포될 부분 수정된 교과서에는 '~고 한다'는 표현이 빠진다. 보다 확정적 표현으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 상고사 내용이 더욱 충실해진다는 데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고조선까지 중국사로 강변하는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역사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느 순간 '앞으로 이렇게 하자'고 하면 역사가 바뀌는 것인가.

고조선과 단군에 대한 '신화 논쟁'은 한국 사학계의 오래된 숙제였다. 역사적 사실로 보는 쪽은 주로 재야 사학계이고, 신화로 보는 쪽은 대학의 강단 사학계다. 재야나 강단이나 모두 민족주의를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으면서도 유독 고조선과 단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실증주의라는 또 다른 역사의 기둥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와 실증주의로 무장한 근대 역사학은 역사를 일직선으로 발전했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역사학계 일각에선 그런 발전사관에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를 미개하다고 폄하하는 일방적 서술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사관의 변화와 함께 상고사에 대한 접근도 새로워지고 있다. 역사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고 한다'는 서술 방식이 오히려 역사 앞에서 보다 겸손한 자세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와 관련, 역사학계의 한 중견 연구자는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 보다 많은 토론을 앞서 진행하면서 역사에 대해 깊고 넓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먼저 만들었으면 더 좋았겠다"며 아쉬워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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