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공산당 해외 곳곳에 천억불 은닉(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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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비밀구좌를 찾아라”/불에만 7천여개… 남미·중동등에도 개설/잠적한 당간부들 몰래 빼돌려 착복우려
쿠데타 직전까지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의 주필을 지내다 자취를 감춘 이반 프롤로프가 소련공산당의 해외 비밀계좌에서 막대한 자금을 인출해낸 혐의를 받고있다. 또한 소련공산당이 쿠데타직전 막대한 자금을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국립중앙은행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피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소련의 개혁파 신문인 주간 코메르산트는 최신호에서 소련공산당이 최고 1천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서유럽각국의 은행에 예치해 놓았다고 보도하고 공산당이 사실상 붕괴한 현 시점에서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과거 공산당의 고위간부들중 이러한 비밀계좌의 존재를 알거나 관리를 맡았던 사람들에 의해 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코메르산트는 이러한 사례의 한 예로 쿠데타직후 독일의 뒤셀도르프에 신병치료를 이유로 건너갔다 자취를 감춘 프롤로프 케이스를 들고있다.
프롤로프는 자신의 원래 목적지였던 뒤셀도르프에는 단1시간동안만 체재한후 어디론가로 사라졌는데 정황을 종합해본결과 프롤로프가 독일에 있었던 공산당의 비밀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한후 자취를 감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신문은 추측했다.
코메르산트는 소식통을 인용,소련공산당의 비밀계좌는 주로 서유럽의 프랑스 항구도시에 소규모 계좌를 위시한 약 7천개의 비밀계좌가 있었고 이외에도 우루과이·에콰도르·니카라과·쿠바·이란 등에도 상당한 계좌를 운영해왔다고 보도했다.
소련공산당은 이외에도 서유럽을 비롯한 세계각국에 소규모의 회사를 비롯한 막대한 부동산을 비밀리에 운영,이러한 비밀자산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또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코메르산트는 소련공산당이 이외에도 주로 폴란드를 경유해 막대한 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고 말하고 프롤로프 이외에도 소련공산당의 과거 고위당직자중 자취를 감춘 많은 인사들이 소련공산당의 수많은 해외 비밀계좌에서 돈을 비밀리에 인출한 후 이돈을 자신들의 개인주머니에 착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대한 특별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도 7일 1면 머리기사로 소련공산당의 자금 빼돌리기 작전을 소식통을 인용,보도해 소련 공산당 자산의 행방을 둘러싼 의혹이 가속화되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이러한 자금 빼돌리기 작전에는 소련 중앙은행인 고스방크도 개재돼 있다고 밝히고 지난 90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작전을 통해 총 2천8백억루블에 달하는 자금이 1백20억달러로 바뀌어 해외로 빼돌려졌다고 보도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또다른 2천8백억루블은 아직 이번 거래의 중개상으로 개입된 외국회사의 비밀계좌에 예치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한 91년 1월에는 2백50억루블이 이러한 작전에 의해 달러로 교환되었으며 4개월후인 5월4일에는 1백50억루블이 달러로 바뀌었고 마지막 교환작전은 쿠데타 직전인 지난 8월중순에 이루어졌으며 1천4백억루블이 45억달러로 교환돼 서유럽으로 빠져나갔다고 이 신문은 주장하고 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고스방크가 개재되었다는 증거는 이번 거래의 참여 제의를 받았던 한 미국인회사의 중역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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