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통제된 생활 견딜 수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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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대입이 사실상 끝났다. 다시 한번 대입에 도전하기 위해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이라면 이제는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맬 때다.

학원에서 재수를 준비할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학원부터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성적과 학원의 프로그램, 강사진 등을 꼼꼼히 따져 학원을 정해야 수능시험까지 남은 9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특히, 집을 떠나 기숙사에 살며 대입을 준비하는 기숙학원은 더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고3 수험생 뒷바라지에 지친 학부모와 공부에 '올인'하고 싶은 수험생들에겐 기숙학원이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일반 재수학원보다 큰 데다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크다. 기숙학원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통제된 단체생활 … 괜찮을까=기숙학원의 기본 원칙은 '단체생활'이다. 수험생에게 온 가족의 관심이 집중되던 고3 시절은 지났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외출이나 귀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허락되고, 경기도 양평.이천.용인.포천 등 한적한 곳에 위치한 학원에서 9~10개월을 보내야 한다. 또 휴대전화나 컴퓨터, TV 등은 거의 사용할 수가 없고 학원이 정한 스케줄에 따라 공부하고 먹고 잠자는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지기 때문에 기초 학력이 부족했던 학생들은 성적이 오르는 편이다. 그러나 긴 수험생활 동안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잘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학원마다 사정은 다르나 보통 4~8명이 한방에 배정된다. 대부분 방에선 잠만 자고 공부는 독서실에서 하지만 예민한 성격이라면 단체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부터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요즘에는 교사가 학생들과 한방에서 함께 잠을 자면서 생활지도를 하거나 주 2~3회 정기적인 생활상담을 하는 등 세심하게 생활지도를 하는 학원들이 늘었다. 그러나 정해진 일정에서 벗어나거나 목표 성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체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답답하더라도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잡아 올해는 꼭 대입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라면 기숙학원에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의 성격이나 공부 습관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욕심에 억지로 기숙학원에 보내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설.강사진 등 교육환경 점검부터=기숙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기숙학원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학원들도 많다. 일부 영세한 기숙학원은 모텔 등을 개조해 숙박시설로 사용하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 평생교육기획팀의 담당 사무관은 "올 상반기 중에 기숙학원 등록 기준을 강화해 숙식시설의 공중위생과 소방 안전 수준을 심사한 뒤 수준 미달인 학원들은 폐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숙학원이 관할 교육청에 등록돼 있는지 여부와 안전 시설 수준을 사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기숙학원의 한 달 수강료는 보통 150만~200만원이다. 개강하는 첫 달에는 입학금으로 50만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한다. 여기엔 숙식비와 교재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학원을 결정하기 전에 시설과 강사진, 교육 프로그램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올해는 수능이 9등급제로 바뀌고 논술의 반영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에 기숙학원에서도 논술강사들을 확보해 논술 교육시간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서울 학림학원이 직접 운영하는 이천학림기숙학원의 조원익 원장은 "학림논술연구소에서 40명의 논술강사가 직접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24시간 생활하는 곳이니만큼 학원 시설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최근에 문을 연 기숙학원들은 1~2인실 원룸형 숙소와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시설 등을 새로 마련한 곳이 많다. 학원마다 요가 강의나 체육대회, 최면 치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준다. 또 이천탑클래스학원과 대일학원 비발디캠퍼스 등은 학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모가 자녀의 생활 모습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채팅도 가능하다.

진학하려는 분야나 성별에 따라 특성화된 기숙학원들도 눈에 띈다. 사관등용문학원은 경찰학교와 육.해.공군 사관학교 진학을 전문으로 지도하는 학원으로, 학생들이 사관학교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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