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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공원'은 합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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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6년. 합천군은 63억원의 예산으로 조성된 '새천년생명의 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따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합천군이 배출한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사건 역시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거론할 정도로 전 국민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자칫 지역 일로 묻혀갈 수도 있었던 것을 세상에 들춰낸 합천군민과 시민단체의 용기 덕분이다. 원주와 지금 합천의 상황은 사업 형태는 다르지만 논란의 당사자가 전직 대통령이고, 그 두 사람이 같은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다.

살아있는 사람을 기리는 사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영원히 기록될 장소에 인물의 이름을 붙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업적을 남겨 후손이 대대로 그 인물을 기릴 만한 공적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합천군이 공원에 붙이려는 이름이 다름 아닌 전두환 전 대통령이고 보면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이미 5.18 광주학살의 책임자이며 5공 비리의 주범으로 복역을 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조차 박탈된 인물이다. 합천군민과 경남도민의 반대가 당연하다.

명칭 변경을 결정한 과정도 불투명하다. 합천군민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설문조사의 근거가 된 표본집단의 78.6%는 기관장, 지역유지 및 보수성향의 임원들이다. 또 설문에 회신한 591명 중 302명(51%)만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데 찬성했다고 한다.

명칭 변경을 둘러싸고 합천군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군의원의 제명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인가 보다. 이 정도면 자치단체만의 일로 보아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역사와 국민 앞에 반성하기는커녕 통장에 29만1000원밖에 없어 추징금조차 내기 어렵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일해공원으로의 명칭 변경이 절대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다.

김진희 원주시민연대 대표

*본 난은 16개 시.도의 60명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중앙일보의 '전국열린광장' 제4기 지역위원들의 기고로 만듭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전국열린광장' 인터넷 카페(http://cafe.joins.com/openzone)에 의견을 올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