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송 만능주의」 열띤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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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경쟁력약화 원인” 퀘일 개혁안에/“소비자 권리보호 소홀” 변협등서 반발
과다한 변호사와 소송의 남발이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민사소송제도에 관한 개혁안을 밝힌 댄 퀘일 미국 부통령에 대해 변호사단체와 소비자단체들이 항의소동을 벌이고 있다.
미 대통령 직속 경쟁력 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퀘일 부통령은 지난 13일 미 변호사협회 연례총회 연설에서 일본의 변호사가 인구 9천명당 한명인데 미국은 3백35명당 한명으로 미국이 일본보다 인구비례로 보아 30배정도 많다고 지적했다.
88년 한해 소송건수는 1천7백만건으로 인구 15명당 한건 꼴로 소송이 남발되고 있어 국민 1인당 비율로 볼때 영국보다 1백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위한 소송비용이 연간 8백억달러,소송준비 등 간접경비를 합하면 3천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됐다. 이같은 변호사과다와 소송남발로 인해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 그 자신 변호사 자격을 갖고있는 퀘일 부통령의 주장이었다.
그는 이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민사소송 제도개혁안을 밝혔다. 그중 변호사협회·소비자단체 등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서는 등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억제하는 방안과 패소한 쪽이 승소자 소송경비를 물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분쟁을 법정밖에서 해결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은퇴한 법관들의 중재 등 법정밖 해결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 강화위원회가 국제경쟁 차원에서 미국인들의 소송만능주의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변호사들은 물론 재야 법조계와 인권단체 등에선 찬반논쟁이 일고있다.
소비자단체인 「의회감시」의 파멜라 길버트 입법 담당국장은 법정비용의 패소자 부담 원칙이 대기업에 맞서 싸울 일반소비자들의 의욕을 위축시켜 소비자 권리가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앤드루 포퍼 조지 위싱턴대 교수(법학)는 손해배상이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논리를 비웃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책임 배상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은 세계의 결함제품시장을 전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소비자 보호운동의 기수 랠프 네이더는 부시­퀘일 정·부통령 선거 재선 선거자금을 지원할 대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억제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소송사회」 병폐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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