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기능살리기/한은서 조심스런개입/달러화 급등의 원인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수입자금 마련위해 수요 몰린탓/3년만에 최고… 7백40원선 육박/현행 평균환율제선 조작 불가능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수출이 잘안돼 벌어들이는 달러가 많지 않은데다 당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돼 달러값이 더 를 것을 기대하는 기업 및 은행들이 달러매각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은 계속 늘어나 결제대금 마련을 위한 달러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당장 달러가 필요하지 않은 기업들의 가수요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일 달러값은 주식의 상한가처럼 그날 오를 수 있는 최대폭(매매기준율의 0.4%)인 2원90전까지 올랐다. 13일에도 오전 한때 1원80전이 올라 달러당 7백34원60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같은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은 88년 5월 이후 3년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값의 폭등세는 달러매물을 거둬들임으로써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만든다.
결제를 위해 달러를 확보해야 하는 수입업체로서는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최근 조심스럽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달러를 사고싶어 하는측이 살 수 있도록 보유달러를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 물량은 12일 3천만달러,13일에는 1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이같은 시장개입이 결과적으로는 환율(달러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개입의 기본목적이 시장기능 회복이라고 분명히 강조한다.
외환이 중앙은행에 집중되는 현행 제도하에서는 달러가 당장 필요한 기업 및 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한 임무라는 얘기다.
미·일·영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그들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수시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특히 85년 9월(플라자회담) 이후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은 달러의 급등락때 공동보조를 취하는 일이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 당국은 꼭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개입도 공식화되는 일을 무척 꺼리고 있다.
환율을 조작한다는 지적을 또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 3월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현행 시장 평균환율제는 과거의 복수통화바스킷제도와는 엄연히 달라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
복수통화바스킷제에서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알파(α)라는 변수로 작용,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달러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수입이 계속 증가하는한 달러 매입수요는 늘어나 환율을 끌어올린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은 활기를 띠는게 일반적이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품 가격이 그만큼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증가세가 두드러져 국내에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시장에는 다시 달러공급량이 늘어나 환율은 낮아지는 추세로 돌아선다.
결국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는 가격제한폭이 있긴 하지만 대외거래에서 달러를 얼마나 벌어들이느냐에 따라 환율이 오르내리는 시장기능을 가지고 있다.<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