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뼈 밤새 끓인 진국의 해장국 얼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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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고향 대구의 음식에는 텁텁하면서도 시원한 독특한 맛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고 특히 어린시절 어머니의 솜씨로 먹던 음식맛을 그리게 되는 것은 나혼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그 고향의 맛을 떠올리면서 자주 찾는 집이 있는데 바로 종로1가청진동 해장국 골목안에 있는 「홍진옥」(주인 이봉석 7322214)이 그곳이다.
이곳이 나의 단골집이 된 것은 근무하고 있는 곳과 가까운 탓도 있지만, 주인이 직접 끓여내는 영남식 해장국인 「따로국」이 바쁜 도시생활중 잊고 지낸 내고향의 그 독특한 음식을 맛볼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해장국은 본디 술독을 풀기 위해 선지와 소뼈국물을 고아 만드는 장국밥이다. 사실 나는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해장국은 술꾼 못지 않게 좋아한다.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치고 출근길에 들러 투박한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는 해장국과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가까운 이들과 담소를 나누며 한가한 점심을 나누고 싶을때 홍진옥을 찾는다.「따로국」의 특징을 든다면 시원한 진국맛이다. 예부터 영남지방에서는 국곯일때 토란줄기를 넣어 시원하면서도 구수한 진국의 맛을 냈다. 홍진옥의 「따로국」은 소뼈를 밤새 끓인 국물에 선지와 조선된장을 물고 배추 우거지·대파·콩나물·토란줄기·통무를 넣어 또한번 푹끓인 다음 각종양법을 넣고 미리 손질해 놓은 소내장을 알맞게 썰어 넣는다.
여기에 26년째 직접 국을 끓인다는 주인아주머니의 정성까지 합하여져 그맛은 일품이 된다. 따로국에 딸려나오는 반찬이라고는 멸치젓으로 무친 겉절이 김치와 깍두기가 전부다. 가격 또한 한그릇에 3천원으로 저렴하다.
따로국 외에도 파전·꿀전·고추전등이 있어 식후 소주 한잔과 곁들이면 좋은 안주감이 된다. 요즘처럼 세련된 맛과 보기좋은 멋을 한껏 낸 먹거리의 홍수속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내 고향의 맛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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