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와 친분많아 “비호 의혹”/조춘자씨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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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무공무원 출신 땅투기 떼돈/18차례 고소됐지만 끄떡없어/민자연수원 부지사건 말썽도
13일 검찰에 구속된 조춘자씨(43)는 오래전부터 「강남의 숨은 큰손」으로 불려온 부동산업계의 실력자다.
말단 세무직 공무원 출신인 그녀는 뛰어난 수리감각,탁월한 이재술,넓은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주택조합 결성대행 회사인 (주)정암산업등 5개계열사를 거느린 사업가로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
조씨는 K교대 졸업후 잠시 교직에 몸담았으나 70년 국세청 5급(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세무서에 근무하다 퇴직,서울 평화시장에서 상인들의 장부정리를 대신해주며 큰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조씨는 70년대중반 부동산에 눈을 떠 장영자 여인의 부동산매입을 알선해준 것으로 알려진 강남의 한 부동산 소개업자와 손을 잡고 땅투기로 큰 돈을 벌었다는 것.
조씨는 「조은주」라는 가명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강원도 화천이 고향이나 현주소는 전남 영광으로 되어있다.
또 호적상으로는 이모씨와 결혼한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씨와 헤어진지 오래고 지금은 56평짜리 아파트에서 두딸과 함께 살고있다.
81년 이후 18번이나 사기 등으로 고소됐지만 대부분 무혐의로 풀려나 비호세력이 있다는 소문도 파다할 정도였다.
조씨는 정계거물과도 친교 관계를 맺고 「정치문화 연구원」이라는 정치단체까지 만들어 「유능하지만 돈없는」 정치인들을 후원하겠다고 공언하는등 욱일승천했다.
조씨는 그러나 지난해 11월7일 서울 이태원동 군인아파트부지 1만7천여평에 조합주택을 짓기위해 주택공사로부터 1천50억원에 낙찰받았으나 이곳이 남산부근 풍치지구로 지정되면서 당초 11층 높이로 건축이 가능했던 아파트 고도가 5층으로 묶이는 바람에 사업이 기우뚱하게 됐다.
결국 주택공사로부터 지난해 12월28일 정식으로 해약통고를 받은 (주)정암은 조합원들에게 현금배상이나 이번에 말썽이난 구의동 1차주택조합의 자격중 한가지를 택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1백61명의 무자격 조합원이 생겨나 결과적으로 조씨를 사실상 재기불능상태로 몰아넣었다.
설상가상으로 조씨가 서울 가락2동 민자당 중앙정치교육원(민자당 연수원) 부지 1만9천3백여평에 조합아파트 2천가구를 9∼10월중 착공하려던 계획도 조합원 모집과정에서 부지소유주인 민자당이 매각설을 부인함으로써 백지화 됐고 조씨는 「사기꾼」으로 몰리게 됐다.
조씨가 구속되더라도 기존에 추진중인 구의1차 조합아파트 건축에는 문제가 없어 정상적인 조합원 4백18명에게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조씨가 추진해온 구의2차,3차(4백가구),잠원동(2백50가구),성내동(4백가구)의 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주변에서는 조씨의 구속으로 (주)정암산업·(주)용성산업·(주)파라마운트·재단법인 통일공원·(주)용성철강 등 5개계열사 3백여명의 임직원들도 생계 터전을 잃을 것으로 보고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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