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잘못된 항의방식(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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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자치 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학부모 1백여명이 의식화교육을 시켰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사건은 향후의 교육자치에 먹구름을 예감케 하는 우려 깊은 사태라고 판단한다.
육성회를 중심으로한 학부모들이 학교문을 닫아걸고 임시 휴교를 선언했고 시국선언에 문제된 교사들을 감금하고 폭행한 다음 마을을 떠나라고 위협한 태안 서남중학 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학부모와 교육과의 관계를 생각게하는 계기가 된다.
첫째가 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이고 둘째가 학부모와 학교운영에의 참여범위다.
먼저 우리는 5월의 위기국면에서 대단원을 이뤘던 학생들의 총리폭행사건을 환기해야 한다. 당시 외대생들의 총리폭행사건이 준 국민적 충격은 폭행피해자가 총리였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스승이라는 점에 있었다.
마찬가지 이치로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집단폭행을 가하고 마을을 떠나라고 위협했다는 사실도 자녀의 스승인 교사에게 가할 수 없는 반교육적 행위인 것이다.
비록 그들 교사가 자녀들에게 의식화 교육을 고취시키는 노래를 가르치고 왜곡된 국가관을 주입했다고 한들 이를 시정하려는 방법이 감금과 폭행이라는 수단을 쓴 이상 오히려 자녀교육에 역행하는 행위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두번째,특히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가 8월부터 실시될 시점에서 본다면 과연 학부모단체가 학교운영에 얼마나 깊이 관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새삼 생각게하는 위험신호로 볼 수 있다.
지역주민이 지역의회의 대표를 뽑고 그 의원들이 교육위원을 선출해 교육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학교와의 상호보완관계로 기능하는 것이 교육자치의 기본틀이다.
지역주민에 의한 교육자치라는 말의 뜻이 왜곡되고 확대되어 학부모단체가 곧 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갖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또 교육자치제가 실시되지도 않은 지금 문제교사를 적출하고 폭행하고 추방까지 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가 어떤 난맥상으로까지 발전할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번 학부모들의 문제교사 폭행사건은 자녀교육에 치우친 나머지 생겨난 충동적 돌발사라고 이해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교육을 중시하고 소중히 가꾸기 위해서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은 학부모가 앞장서 키워나가야할 일이고 교육내부의 문제라면 교육청과 교육부를 통한 합법적 절차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고 기다리는 자세를 갖춰야 했다.
교육자치의 시대를 맞아 학부모의 교권침해행위가 충동적으로 표출되는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풍토가 지역사회에서 일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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