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도전! 재테크 고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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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이창재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저런, 또 배가 아프시다고요. 옆 부서 김 과장네 아파트가 몇 천만원 올랐다더라, 초등학교 동창 놈이 중국펀드로 재미 좀 봤다더라…. 사촌이 땅 사는 건 용서해도 사촌네 땅값이 오르는 건 용서가 안 된다나요. 그래서 결심하셨나요? 올해는 재테크 한번 제대로 해보기로. 책도 사고 신문도 보고 남들 얘기에 귀 기울이고…. 그래서 week&이 만나봤습니다. 재테크 도사부터 초보자까지. 돈을 벌었든 벌지 못했든 사연도 제각각이네요. 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대한민국은 지금 '재테크 열공중' 입니다.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1 너도나도 재테크 공부

24일 서울 종로1가 교보문고. 재테크 서적 앞에 직장인 30여 명이 서성이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점을 찾은 한지석(33.회사원)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 재테크 얘기뿐이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재테크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련 서적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지난해 교보문고에서는 재테크 서적이 47만 권이나 팔렸다. 판매 성장률 60%. 2005년의 17%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인터넷 동호회의 가입자 수도 확 늘었다.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 따르면 재테크 동호회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초 570만 명에서 최근 850만 명까지 증가했다.

#2 재테크에 빠진 사람들

회사원 이민호(32)씨는 한 달에 한 번 부동산 전문가에게 '과외'를 받는다. 1시간에 수업료 100만원을 내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당장 집 살 생각은 없어요. 부동산 보는 시각을 배우고 싶은 거죠. 특정 지역을 답사하고 '여기는 이래서 괜찮겠다'는 등의 의견을 주고받아요." 회사원 하대식(35)씨는 지난해 100여 권의 재테크 책을 달달 외울 때까지 읽었다. "재테크는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요. 고시 공부하듯 매달리면 재테크도 길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통신업체에 다니던 김영훈(36)씨는 3년 동안 재테크 공부에 매달리다 회사까지 그만뒀다. "주말마다 각종 세미나에 가서 강의를 들었어요. 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도 땄고요. 공부 덕인지 펀드로 돈을 굴려 1억원을 벌었지요. 자신감이 좀 생기기에 사표를 냈어요. 재테크에 도움이 되는 직장으로 옮기려고요."

#3 왜 '재테크 열공'인가

'재테크는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은 남자들이 더 적극적이다. 부동산 전문회사 '닥스플랜' 봉준호 대표는 "몇 년 전까지도 강의를 하면 40∼50대 중년 여성이 대부분이었다"며 "이제는 양복 입은 남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회사에서 조퇴하고 직장 상사까지 모시고 오는 분들도 꽤 있다" 고 했다. '재테크 열공족'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주식 관련 인터넷 동호회(cafe.daum.net/stockjkj)를 운영하는 정기준(28)씨는 "주변 친구들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일찍부터 공부해야 남보다 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재테크에 매달릴까. 회사원 박미영(40)씨는 "1년 사이에도 아파트값이 몇 억씩 오르는 세상 아니냐, 미련하게 월급만 모아선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준 대표는 "경제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이고 구조조정과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커졌다. 전략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늘었다. '재테크 열공'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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