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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관광|분단 현장서 통일 염원 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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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남북 분단의 한이 맺힌 6·25가 다시 찾아왔다. 진홍색 핏빛만큼이나 짙은 한이 서린 휴전선 일대는 긴장감을 넘어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다. 격전의 현장은 잡초가 우거져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지뢰 지대」라는 표지가 이따금 전방이라는 느낌을 줄뿐 무성한 억새 밭은 「동물의 왕국」으로 변해버려 오히려 한가로운 느낌을 준다.
현재 단체의 경우 안보 관광차 「분단의 현장」 휴전선 일대를 돌아보려면 어느 곳이든 별 어려움이 없다. 고성과 철원, 「평화의 댐」의 경우 주민등록증만 소지하면 되고 판문점은 남북 대화 사무국에, 제3땅굴은 공보처 공보과에 1주일∼15일전쯤 신청서를 내면 출입할 수 있다.
또 백마고지 (0355 (461)0161)나 을지 전망대 (0365 (461)7787)등에는 해당 부대 민사 심리 전처에 문의하면 무리 없이 관광이 가능하다
6·25를 앞두고 겨레의 통일 염원과 초병의 빛나는 눈동자가 교차하는 분단의 현장을 찾아본다.

<철원 일대>
철원∼평강∼금화를 연결하는 「철의 삼각지」로 유명한 곳.
이곳에선 휴전을 앞두고 드넓은 철원 평야와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기 위해 동란 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지역엔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게 한다.
철의 삼각 지역 전적지를 돌아보려면 사전에 출입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개방된 순례 코스는 전적관∼제2땅굴∼전망대 (월정역)∼노동 당사∼전적관을 도는 A코스와 제2땅굴이 생략된 B코스가 있다.
A코스는 출입 예정 20일 전에 시·도 공보관실에 신청해야하며 단체만 접수된다. B코스는 출입 예정 7일 전에 철원 전적관에 신청하면 된다. B코스는 일반인 견학도 가능하지만 30명 이상에 한한다 (전적지 관리사무소 0353 (55)3129).
이 지역 출입은 대형 버스를 이용해야된다. 민통선 북방 지역은 비포장 구간이므로 비가 오면 출입이 제한될 수도 있다.
출입 허가가 나면 고석정 전적관에서 등록을 하고 안보 영화를 본 다음 민통선으로 들어간다. 이 때 교육 필증을 받지 않으면 전망대 출입을 할 수 없다.
민통선을 지나면 철원에서 금화를 거쳐 금강산으로 가던 철길이 나타난다.
곳곳에 펼쳐져 있는 지뢰 지대엔 갈대와 버드나무가 무성한 가운데 이름 모를 새들만 지저귄다.
전망대에 오르면 철의 삼각 전적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휴전선 너머엔 김일성 고지로 불리는 고암산을 중심으로 피의 능선·낙타 고지 등이 펼쳐져 있다. 비무장지대의 아카시아 숲과 억새 밭 뒤로는 북한측의 선전용 문구들이 듬성듬성 눈에 띈다.
전망대에서 남쪽을 보면 피땀 흘려 지킨 드넓은 철원 평야와 백마고지 등에서 당시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월정리역은 철원∼평강을 거쳐 원산까지 가던 경원선이 지나던 곳. 남방 한계선과 붙어 있는 역 근처엔 부서진 기차의 잔해들이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과 함께 널려 있어 남북 분단의 한이 스며온다.
월정리에서 나오는 길옆에는 울창한 아카시아 숲 속에 백로·왜가리들이 떼지어 서식하고 있다. 부서진 노동당사 제사 공장 등은 평화롭게 노는 새떼와 대비되어 더욱 참담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번창했던 옛 철원읍 자리, 「궁왕 (궁예) 옛터에 오작이 넘나들며…」라는 송강 정철 (1536∼93)의 『관동별곡』이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 하다.

<통일전망대>
금강산의 절경을 먼 발치에서나마 바라 볼 수 있는 강원도 최북단의 명소. 강원도 고성에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평화의 댐」 「애기봉」과 함께 안보 관광 지구로 지정되어 사전 신고 없이도 출입이 가능하다. 소형 승용차를 이용해도 되지만 주민 등록증 준비는 필수적.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간성을 통해 들어간다. 간성까지는 진부령을 넘는 것이 가장 편리하지만 한개령이나 미시령을 거쳐 속초를 지나는 코스도 좋다. 서울에서 양평∼홍천∼인제∼한계리∼진부령∼간성까지는 2백30㎞ 안팎. 간성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산뜻한 2차선 포장 도로·바다에 접해서 시원스레 뚫린 길이 일품이다.
거진을 지나 북으로 달리다보면 그림 같은 화진포 호수가 나타난다. 화진포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김일성의 별장이 함께 남아 있어 감회를 새롭게 한다.
휴전선에서 가장 인접한 항구인 거진을 지나면 왼쪽으로 통일 안보 교육관이 나타난다. 전망대로 가려면 안보 교육관에서 20분간 안보 영화를 보고 출입증을 교부 받아야 한다.
민통선 안의 최북단 명파 마을을 지나면 통일전망대. 휴전선 너머에 나타나는 낙타봉·집선봉·신선대와 해금강의 절경은 통일의 절실함을 되새기게 한다.

<평화의 댐>
파로호 북방에 건설중인 평화의 댐은 북한의 수공 작전에 대비해 만든 것. 사람의 발길을 멀리했던 곳이라 때묻지 않은 주변 경관이 일품이다.
평화의 댐은 양구나 화천 두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화천에서 가는 길은 1천9백88m의 해산 터널이 완공되지 않아 비포장 도로로 우회해야 한다.
양구에서 댐까지는 41㎞로 약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미리 버스 종점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멀리 오천 터널 바로 앞에 안내소가 보인다.
평화의 댐으로 가려면 이곳에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교부 받아야 한다. 화천 쪽으로 나가려면 안내소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천 터널에서 댐까지는 2㎞ 정도. 터널을 나와 댐에 이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지만 때묻지 않은 절경이 줄이어 펼쳐진다. 댐 3백m 아래쪽에 매점을 겸한 휴게소와 관망대가 있으며 하루 18회씩 현장 설명이 있다.

<애기봉>
김포평야와 한강이 맞닿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사랑하는 임을 여읜 여인의 애틋한 사연이 서려 있다. 늘푸른 강물이 항상 굽이치는 이곳은 경관마저 아름다워 안보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애기봉이 자리잡은 곳은 김포군 월관면 조강리. 김포에서 마송을 거쳐 군하리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나온다.
민통선 북방에선 어느 곳이든 안내 병사의 지시를 받아야하며 허가 지역 이외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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