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항로」 34년만에 조정/한미항공협정 개정 합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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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원권 세곳 확보 세계일주노선 가능/예약시장 개방 국내업계에 타격클듯
15일 워싱턴에서 폐막된 한미 항공회담 결과 57년 한미 항공협정 체결이후 양국 사이에 상존해 왔던 항공관계의 불균형이 다소나마 해소됐다.
우리나라는 미국내 13개 지점에 대한 운수권과 유럽 및 중남미 지역으로의 이원권을 확보함으로써 세계일주노선이 열리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원지점이 3곳에만 국한돼 항공운송에 있어 한국안에서 거의 무한의 권리를 누리는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양국의 항공협정에는 불평등이 남아 있다.
우리측 민항기의 취항시기는 앵커리지·페어뱅크스·괌·사이판에 대해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취항준비가 끝나는 대로 즉시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본토내 불특정 6개 지점중 시카고등 2개 지역은 내년 4월부터,나머지 4개 불특정지역에 대해서는 94년 7월부터 허용된다.
이원권 활용은 중남미 1개지점은 내년 4월부터 가능하고 94년 7월부터는 중남미 1개지역과 유럽 1개지점에 우리민항기가 취항할 수 있다.
대신 우리측은 94년 6월까지 김포공항내에 1만2천6백48평방m 규모의 화물청사를 지어 미국 항공사전용으로 유상임대해야 한다. 우리측은 현재 김포공항 구청사인근 화물청사에 위치한 APO(미 군사우체국)를 신청사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화물청사를 신축하는 방안을 마련,미 8군을 통해 이미 미국측에 통보했다.
이밖에 내년 3월말까지 한국내 영업소에 미국 항공사의 컴퓨터 예약시스템(CRS)을 보급·이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미국측이 지난해 회담때 요구했던 미국 항공사의 국내 티킷카운터 11개는 이미 3월부터 허용했다.
한국측은 시카코·샌프란시스코·워싱턴·댈라스·아틀랜타·시애틀 등 6개지역에 민항기를 취항시키고 중남미 이원권대상지역을 멕시코·브라질로 확정해둔 상태다.
이번 한미항공협정의 개정에 관한 양해각서 가서명에 따라 우리측은 방공협정체결 이후 34년만에 미국과의 방공협정에 관한한 일본·필리핀 등 아시아국가와 유사한 대우를 받게 됐다.
일본의 경우 미국내 12개 지점 및 3개 이원지점의 항공권을 갖고 있으며 대만은 미국내 7개 지점 및 이원 2개지점,싱가포르는 미국내 6개 지점과 1개 이원지점,필리핀은 미국내 11개 지점과 3개 이원지점,태국은 미국내 6개 지점과 2개 이원지점의 항공권을 갖고 있다.
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중남미 및 유럽에 대한 이원권을 획득,앞으로 우리 민항기의 중남미 및 대서양항로 취항의 발판을 마련하게 돼 항공분야 발전은 물론 이들지역과 경제·관광 등 여러분야에 걸쳐 교류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미국측에 대한 CRS개방과 화물청사제공은 미국계 대형 항공사들의 미주노선 요금할인경쟁 등으로 국내항공업계의 목을 죄는 수단을 마련케 해준다는 점에서 국내항공업계에서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미국 항공사들이 대리점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여행사에 CRS와 연결되는 단말기를 설치하게 되면 물량공세와 함께 상대적으로 미국내 국내선 노선망이 없는 국내 항공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89년이후 중단된 실무자회담을 영업상 불편문제를 협의키 위해 재개키로 결정한 만큼 이 회담을 적극 활용,미국계 항공사들의 영업상 횡포를 시정해 나가야할 것이다.<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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