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둔 핵」강경 대응/IAEA 「특별사찰제」의견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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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성실신고」허점 보완/강제사찰 검토 단계/“주권침해 논란소지” 반대의견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개발기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저지하기위해 북한과의 핵안전협정체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특별사찰제도 도입을 본격 검토,실현여부가 주목을 끌고있다.
IAEA의 현행 핵안전협정은 협정체결 당사국이 IAEA에 신고한 핵물질(시설포함)만을 사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 북한이 이 협정에 서명,사찰을 받게된다 하더라도 군사적 목적하에 일부 핵물질이나 시설을 몰래 숨기고 신고하지 않는다면 핵폭탄 제조는 결국 막을 수 없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이러한 우려와 함께 갑자기 관심을 끌고있는게 바로 「특별사찰」이다. 협정체결 당사국이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비평화적 목적의 핵개발 의혹이 있는 시설이나 장소에 대해서는 IAEA가 임의로 사찰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사찰은 하나의 아이디어일뿐이지 아직까지 IAEA규정내에 법적으로 확립된 제도는 아니다. 다만 IAEA내 일부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돼 특별사찰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연구·검토되고 있는 단계다.
현재 핵안전협정에 규정된 사찰방식에는 통상사찰·특수사찰의 두가지가 있다. 사찰의 강도만 서로 다를뿐 협정체결당시 당사국이 신고한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특별사찰이 실제로 실시된 경우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이라크에 대한 핵사찰이 유일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라크의 핵개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걸프전 기간중 미국의 주도로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유엔결의 678조에 따라 IAEA사찰관이 지난 5월14일부터 9일간 이라크가 신고한 시설외에 의심이 가는 모든 시설과 장소에 대해 사찰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지 유엔의 특별기구인 IAEA의 기능만을 원용한 특수한 사례였을뿐 제도적으로 뒷받침된 문자 그대로의 특별사찰은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주권이란 관점에서 IAEA의 특별사찰을 제도화하는데는 여러가지 난점이 있다는게 IAEA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국제기구에 불과한 IAEA가 군사적 목적의 핵개발 의혹이 있다고 특정국의 영토를 마음대로 헤집고 다닌다는 것은 그 나라의 주권과 관계되는 문제라는 것. IAEA는 원자력에 관한 전문기구지,유엔과 같은 「국제경찰기구」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도 북한이 일체의 핵사찰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50년대 소련이 제공한 연구용 원자로 2기에 대해서는 지금도 IAEA가 정기적인 사찰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이 포괄적인 핵안전협정에 서명한 나라는 아니지만 핵관련 시설제공국인 소련이 제공조건으로 그 시설에 대한 사찰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IAEA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게 되면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영변의 원자로뿐만 아니라 핵재처리시설로 보이는 시설까지 모두 핵사찰대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IAEA관계자는 『표준협정문을 이해한다면 전면 핵사찰문제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핵안전협정은 정확히 「전면(full scope)핵안전협정」의 줄임말로 이 협정에 서명한다는 것은 일체의 핵관련시설을 모두 사찰대상으로 하는데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이 문제는 협정당사국의 「신고의 성실성」에 달려있긴 하지만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마당에 전면사찰이니,부분사찰이니 하는 말은 의미가 없고 괜히 국가주권 침해라는 문제를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빈=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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