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회고록 자기 미화도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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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회고록 출간이 많다. 지난해 타계한 초대 국립박물관장 김재원씨의『경복궁 야화』, 고 송지영씨의『우인일기』, 증권거래소 이사장 윤인상씨의『90을 바라보며』, 전 공화당 의장 윤치영씨의『윤치영의 20세기』, 2년 전 타계한 8선 의원 정일형씨의『오직 한길로』등이 한 달새 앞다퉈 발간됐다.
그 동안 역사상 중요 인물들이 은퇴 후 기록을 남기지 않는 풍토를 안타까워했던 만큼 회고록 붐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중 일부는「진실의 기록」또는「참회록 적 고백」보다 자신의 행적을 합리화하고 객관적 증거 없이 역사를 왜곡할 우려가 있는 부분도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있다.
『경복궁 야화』는 25년간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필자가 초기 박물관의 애로를 조목조목 진솔하게 피력, 이 분야의 후학들에게 많은 격려와 지침을 준다.
『90을 바라보며』도 기존의 자서전과는 달리 말미에 노인·환경·복지문제 등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오랜 경륜에서 나온 해결책을 제시, 가치관과 사표의 부재로 혼미를 거듭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그러나 해방이후 우리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만큼 큰 기대를 걸게 한『윤치영의 20세기』는「진실의 기록」보다 자기합리화에 치우친 흔적이 있어 논란이 일 것 같다.
또 왜곡 시비를 불러일으킬 발언을 객관적인 증거제시 없이 한 부분도 있다.
『마산에서3·15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재선거의 실시를 주장한 것은 진정한 우리 국민의 소리였지만 이박사의 하야 주장으로 쟁점을 몰고 간 것은 교수데모를 비롯한 모처(미CIA)의 3차에 긍한 집요한 공작이었음을 나는 알고있다.』
『본명 김성주인 오늘의 김일성이 신화 속에 살아 움직이던 일본 육사 출신이며 양동 작전의 기장 김광서의 이름을 도용한 것은 소만국경을 넘나들던 우리 독립지사들과 교민들이 누구보다도 더 갈 아는 사실인 것이다.…나는 먼저 김일성 장군으로 신화적 용맹을 떨쳤던 김광서 장군, 그리고 그의 이름을 빌려 민족의 역사를 말살하려하였던 가짜 김일성인 김일성, 곧 김성주의 이야기를 바로 잡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항일·반 독재 투쟁사」란 부제를 단 정일형씨의『오직 한 길로』도 유년시절과 의회 활동에 대부분을 할애, 4·19와 5·16등 격변기의 서술은 개인적으로 직접 관련된 부분만 간략히 취급하고 있어 현대사 연구에 거의 도움을 못 준다.
『언제부턴가 회고록을 찾는 독자가 거의 없어졌다. 독자들이 회고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격변기의 중심에 서 있던 분들이 생존자에 대한 예우나 당시에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등으로 숨겨왔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인데 지금까지 출간된 회고록은 대부분 이같은 희망을 저버렸다.』
출판계의 한결같은 푸념이요, 원망이다. 어쨌든 진실한 고백록이나 고뇌에 찬 참 회록이 많이 나올 때 우리역사는 충실한 내용을 갖추게되고 회고록도 독자를 되찾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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