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데스 노트 - 라스트 네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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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반드시 죽게 되는 비밀의 공책 '데스 노트'를 둘러싼 수사극이란 기본 설정은 전편과 같다. '데스 노트'를 이용해 범죄자를 처단하며 '정의의 수호자 키라(킬러의 일본식 발음)'를 자처하는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 분)가 주인공. 그는 키라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명탐정 L(마쓰야마 겐이치)과 흥미진진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이야기도 전편에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이미 만화를 접했거나 전편을 봤어야 이해하기 쉽다. 다만 최후의 승자가 드러나는 결말의 박진감에선 후편이 전편을 훨씬 능가한다.

후편은 아이돌 스타 미사(도다 에리카)가 우연히 죽음의 신과 마주치며 데스 노트를 손에 넣는 것에서 시작한다. 제2의 키라가 된 미사는 원조 키라인 라이토에게 접근해 사랑을 고백한다. 라이토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데 미사를 활용하는 한편 L을 죽일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반면 L은 라이토를 키라로 확신하고 증거를 찾는 데 골몰한다. L이 거의 수사망을 좁혀 갈 무렵 갑자기 제3의 키라가 튀어나와 수사를 혼란에 빠뜨린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하는 고민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범죄자를 처단해 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는 라이토에 맞서 경찰이자 아버지인 야가미 소이치로(가가 다케시)는 "정당한 살인이란 있을 수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개인이 임의로 범죄자를 벌하는 사적 처벌과 법에 의한 공적 처벌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 목적을 위해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느냐 하는 고민 등을 엿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검은 옷을 즐겨 입는 라이토와 대조적으로 항상 흰 옷을 입고 있는 L 사이에는 흑과 백,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관도 뚜렷이 드러난다.

영화는 처음엔 만화의 줄거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다가 제3의 키라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만화와 다른 길을 걷는다. 예컨대 제3의 키라로 등장한 인물은 만화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만화는 라이토와 L의 대결 이후에도 이야기를 계속 끌고 가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승부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짓게 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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