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회담 실무 이정빈 외무차관보(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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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냉전종식… 대북·대중 관계에도 영향/이젠 소련도 일방적 북한편 안들것
역사상 첫 소련 대통령의 방한이라는 큰 행사를 치르고난 외무부의 이정빈 차관보는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며 이 효과가 한중관계·남북관계에 파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차관보는 특히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내한 정상회담이 한반도 안정을 보장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이에 협조하고 나선다면 그들이 외교적 고립상태를 벗어나 미국·일본과 수교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주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습니까.
『지난해 6월이후 한소양국정상은 세번째 만났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세가지의 효과를 내리라 봅니다.
첫째,남북한간 관계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입니다. 둘째,한국문제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진 소련이 한반도 실정에 대해 깊은 인식을 갖게 됨으로써 주변정세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게 됐고,마지막으로는 한소간 실질협력관계가 상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됐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소련은 아직 북한에 대해 경화지불을 유예하는등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남북한문제를 과거 냉전체제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서는 안됩니다. 소련도 무조건 북한편을 들고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아시아,특히 동북아문제에 있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는 해결하지 못할만큼 우리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과거처럼 남북한을 동일평면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지요. 소련에 3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할 정도니까요.』
­이번 회담이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해 우발적 행동을 초래할 위험은 없나요.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경제적으로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하는 것은 자초한 겁니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고립된 국가를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려고 하지 고립을 강화하겠습니까.』
­노태우 대통령이 88년 유엔연설에서 스스로 제기했던 동북아협의체 구성을 이제 와서 거부한 이유가 뭡니까. 『거부라기보다… 궁극적으로 협력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동북아에는 남북한,일소간 4개도서문제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습니다. 더구나 유럽처럼 대칭구도가 아니고 안보조약이 모두 양자조약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따라서 양자문제를 토대로 먼저 구축해야합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우리의 유엔 선가입을 지지했는데 중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소련·중국은 상임이사국의 하나라는 점,과거 북한의 대외입장을 옹호해왔다는 점등 유사점이 많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것을 바라는데도 같은 견해를 가질 것입니다.』
­북한의 핵사찰문제를 한반도 비핵지대화에 대한 보장도 없이 소련이 받아준 것은.
『핵시설안전조치는 다른 문제와 연계할 수 없게 돼있어요. 그런데도 북한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국의 핵 선제불사용 보장이니,남북한핵시설의 국제적 감시니 하며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우리는 핵발전소에 대해 사찰의무를 다하고 있어요.』
­장소를 제주도로 정한데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만.
『오히려 좋은 선례가 됐습니다. 국제적 추세가 국빈방문보다 실무방문입니다. 국빈 방문이면 몰라도 실무방문은 다른 장소에서 많이 합니다. 버뮤다 미소회담,팜스프링스 미일회담,몰타·레이캬비크 미소회담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장개석 총통과 진해에서 정상회담을 한적이 있습니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실리위주의 정상회담을 하게된 것이지요.』<서귀포=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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