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브람스에 젖어… 서울시향 5회 걸쳐 전곡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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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97)의 평생 소원은 고향 함부르크에 있는 한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되는 것이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연습실과 콘서트홀이 있는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그의 부친도 이곳에서 콘트라베이스 단원으로 일했다. 브람스가 음악의 본고장 빈으로 떠난 것도 그곳에서 작곡가로 명성을 얻고 나면 고향에서'러브콜'이 오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지휘자로는 별로 명성을 떨치지 못했지만 주옥같은 교향곡과 협주곡을 남겼다.

서울시향(음악감독 정명훈(사진))은 올해를 '브람스의 해'로 정했다. 지난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에 이어 올해는 브람스 교향곡.협주곡.서곡 전곡(全曲)을 들려준다. 브람스가 남긴 교향곡은 4개, 협주곡도 '피아노 협주곡'제1~2번,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등 4개다. 서곡은'비극적 서곡''대학축전 서곡'등 2개. 여기에 교향악단이 즐겨 연주하는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독일 레퀴엠'까지 보태 5회 공연을 마련했다.

정명훈씨는 "브람스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잘 연결해주는 작곡가"라며 "브람스를 제대로 연주할 줄 알면 차이코프스키.말러.브루크너.바그너를 쉽게 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브람스도 베토벤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기본기를 담금질하기 위한 훈련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정명훈씨의'빅 카드'. 그의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의 주특기를 물려 받아 20년 넘게 자신의'브랜드'로 가꿔왔다. 1997년 아시아 필하모닉 창단 공연은 물론 지난해 10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다.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07 신년음악회에서도 같은 곡을 들려준다.

브람스 시리즈에는 피아니스트 넬슨 프레이어,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첼리스트 지안 왕 등이 협연자로 나선다. 공연 실황은 MBC TV에서 녹화로, KBS 1FM에서 라이브로 중계한다.

"난 절대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을 거예요. 등뒤에서 거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어떤 기분일지 잘 모를 겁니다."브람스는 1872년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기서'거인'이란 교향곡 역사에서 금자탑을 세운 베토벤을 가리키는 말이다. 브람스가 베토벤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제1번 교향곡을 발표한 것은 43세 때의 일이다. 스케치에서 완성까지 무려 14년 넘게 걸렸다.

브람스의 교향곡은 아무런 제목도 없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로 미뤄 볼 때 제1번은'합창', 제2번은'전원', 제3번은'영웅', 제4번은'운명'에 가깝다. 네 개의 교향곡 중 브람스가 가장 아꼈던 곡은 제4번 교향곡이다.

9일 첫 무대에서는 '대학축전 서곡''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교향곡 제1번 c단조'를 들려준다. 그리스 출신으로 86년 시벨리우스 콩쿠르, 88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린 레오니다스 카바코스(40)가 협연한다. 브람스 시리즈를 묶은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일반인은 20%, 회원은(2매까지) 30%를 할인해준다. 02-3700-6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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