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들」신바람/무기수요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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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걸프 종전후 지역안보용 많이 찾아/소선 판촉 앞장… 불도 은근히 재미
걸프전쟁이 끝나면서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국제무기제조·판매업자들은 새로운 호기를 맞아 분주해지고 있다.
무기상들은 걸프전쟁이 가져다준 보다 높은 지역안보의 필요성으로 인해 방위용 무기 수요가 한층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걸프전에서 수훈을 세운 신무기의 제조업자들은 호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걸프전 이전만해도 탈냉전 분위기속에서 미·소·서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던 군축으로 인해 무기제조업자들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으나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맡게된 것이다.
미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최근 미 공군에 납품하는 7백대의 F­15기 생산을 완료했다. 다음 단계는 미 공군의 최신전략폭격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이 일은 96년이나 97년에 가서야 시작된다. 따라서 F15 생산라인을 그때까지 계속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주가 절실한 형편이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딕 체니 국방장관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미 의회의 반대와 이스라엘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2백억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무기 발주를 따내려고 안간힘 쓰고 있다.
세계 최대의 무기수출국인 소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련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라크가 소련제무기를 앞세우고 쿠웨이트를 점령하자 크게 당황,당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을 앞세워 유엔 중재 아래 무기수출을 규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물러가고 없으며 소 군부내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소련은 사라진 동구시장과 파산한 제3세계 고객들을 대신할 구매자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소련의 무기수출은 이념을 초월한 것이다. 최신예 수호이27기와 미그29기가 지난달 북경과 마닐라에서 열린 에어쇼에 참가했으며 중국은 수호이27기 1개편대를 구매할 것으로 보인다.
또 걸프전에서 다국적군에 참가했던 시리아가 그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받은 20억달러를 소련제 무기구입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으로 은근히 재미를 보고 있는 나라는 세계 제3위의 무기수출국인 프랑스다.
80년대 이라크는 프랑스의 주요 고객중 하나였으나 지난해 8월 이후 이 고객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바뀌었다.
프랑스는 걸프전에서 밀란 대전차미사일·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 등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미소나 서유럽의 무기수출국들은 가격이나 성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제3세계 국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북한이다.
북한은 다른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착실히 고객을 확보해나가고 있으며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시리아의 타르투스항을 통해 20기의 이동발사대를 포함,스커드미사일을 판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기 주요 수입국으로는 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 이외에 이란을 들 수 있다.
이란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끝낸 후 군사력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대이란 수출이 금지된 서방국가보다 이같은 규제를 받지않고 있는 중국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무기거래에서 주축이 되고 있는 세계 5대 무기수출국이 모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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