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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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혁신적 에너지로 브로드웨이에 새 이정표를 썼다는 평을 받은 뮤지컬 '렌트'가 영화로 선보인다. 1월 11일 개봉하는 '렌트'는 지난해 미국 개봉시 비평과 흥행 모두를 거머쥔 화제작이다. '시카고' '물랭루즈' 등 인기 뮤지컬 원작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전작들과 달리 오리지널 뮤지컬 멤버들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와 완성도를 높였다. 주인공 로저 역으로 이후 브로드웨이 흥행의 보증수표가 된 애덤 파스칼 등 얼굴은 낯설지만 기량만은 최고인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뮤지컬 '렌트'는 1996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5년간 완전 매진을 기록하며 토니상 등을 휩쓴 수작이다. 당시 블록버스터 뮤지컬의 유행 속에 평균 제작비의 10%도 안 되는 초저예산으로 선보여 빅히트했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1896)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가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렸다. 19세기 말 파리를 20세기 말 뉴욕 이스트빌리지로, 폐병을 에이즈로 현대화했다. 훗날 천재 작곡가의 반열에 오른 조너선 라슨이 작품 개막 2주 전에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명 가수 로저(애덤 파스칼)와 스트립 댄서 미미(로자리오 도슨)는 첫눈에 불꽃이 튀지만 서로 머뭇거린다. 에이즈 환자이기 때문이다. 다큐 감독 마크(앤서니 랩)는 아내 모린(이디나 맨젤)의 커밍 아웃으로 외톨이가 된 신세. 동성애자인 철학자 콜린스(제시 L 마틴)는 여장남자 엔젤과 사랑에 빠진다.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이들은 집주인을 향해 시위를 벌인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인상적인 영화적 상상력도 선보인다. 전기가 끊긴 아파트 주민들이 창밖으로 시위하듯 불덩이를 던지는 장면, 로저와 친구들이 '라 비 보엠(La Vie Boheme)'을 부르는 장면 등은 원작에는 없는, 영화적 표현의 진수를 보여준다.

감독은 '나홀로 집에'와'해리 포터'시리즈 등 가족영화로 유명한 크리스 컬럼버스.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쟁의 반대는 평화가 아니라 창작이지" "뉴요커들에게는 공포가 삶이죠" 같은 신랄한 노랫말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조승우가 로저, 친누나 조서연이 모린 역을 맡은 뮤지컬 '렌트'가 1월 7일 개막하는 것과 시점이 겹쳐지는 것도 이채롭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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