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자가용 차|6가구 당 1대씩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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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제 자가용 승용차는 생활의 한 부분이 돼있다. 더이상 부의 상징도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삶의 터전으로 향하고 나들이를 가며 생활의 수단으로 삼는다.
정부는 올 초 걸프 전쟁이 터지자 자가용 승용차의 10부제 운행을 실시했었다. 전쟁이 끝난 뒤 이 제도의 계속 실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으나 결국 「불편을 끼치는 것에 비해 교통 소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없애고 말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승용차가 늘어나서 이럴까.
90년 말 현재 교통부가 집계한 전국의 자가용 승용차는 1백90만2천7대, 평균 5·9가구 당 1대 꼴이다.
이중 「서울 자가용」이 82만3천7백31대로 10대 당 4대 꼴 (43·3%)로 서울에 몰려 있는 셈이다. 또 서울은 90년 말 현재 약 3·4가구 당 1대 꼴이다.
45년 해방 당시 전국의 자가용 승용차는 4백47대였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불모상태라 대부분 외제 고급 차였으므로 가위 부의 상징이었다. 1만대를 돌파한게 그로부터 23년 뒤인 68년이다. 75년에 5만대를 넘어섰으며 86년 50만대, 89년에 1백만대를 돌파했다. <그림 참조>
우리 나라의 자가용 승용차 증가 추세는 선진국은 물론 대만·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들보다 더뎠다. 오랫동안 수입을 규제해봤으며 국내 자동차 산업 또한 사실상 독과점 상태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문화의 정착과 주차·자동차 관리 등 자동차 관련 산업의 발전도 느린 편이다.
자가용 승용차는 최근 몇년 사이에 급증했다. 특히 85년 이후 두드러졌다.
서울의 경우 87, 88년에 전년보다 26∼28%, 89년에는 88년보다 무려 35·1%나 증가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백90대 (2월중)가 늘고 있으니 22분만에 1대 꼴로 서울시 자동차 관리 사업소에 기록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가운데 워낙 짧은 기간에 많은 자동차가 늘어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서울 등 대도시 사람들은 소통난·승차난·주차난 등 이른바 「3난」으로 불리는 교통 수난 시대에 살고 있다.
교통이 막히면 경제도 막힌다. 원자재나 생산품의 수송에 드는 물류 비용이 늘어남으로써 그만큼 생산 단가와 제품 가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89년 4월 서울 시내 자동차수가 83만5천여대 (91년2월말 현재 1백22만2천여대)였을 때 추산한 교통 정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액은 무려 2조3천억원이었다. 당시 53만7천여대의 서울 자가용이 허비하는 시간·기름 값 손실액이 1조1백32억2천만원으로 전체의 43·3%에 이르렀다.
지금은 차량수도 훨씬 늘어났고 교통 사정은 더욱 나빠진데다 기름 값도 올랐으니 손실액 또한 훨씬 커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70%정도가 승용차를 혼자서 몰고 출퇴근한다 (89년4월 서울시 조사). 그래서 3명 이상 타면 통행료를 면제해주는 카풀제, 10부제 운행도 생겨난 것이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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