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생 "자기밖에 몰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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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요즘 우리 나라 중·고교생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많은 어른들은 요즈음 중·고교생들이 과거에 비해 세상물정에 더 밝고 단편적인 지식은 더 많이 갖고 있을지 몰라도 일상적인 생활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우려할만한 상태라고 보고있다.
많은 어른들은 이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만한 연령에 이른 청소년들이 철부지 어린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버릇없고 나약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데 대해 걱정하면서 현재의 교육이 크게 잘못되지 않았나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교위는 최근 새 학기를 맞아 소집한 중·고교 교감 회의에서 일선 교사들의 생활지도 과정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한 뒤 학생들의 건전한 생활태도와 올바른 가치관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당부했다.
시교위의 이 같은 장학 지침 하달은 어른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공식적인 입장에서 확인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들에 대한 생활 지도는 학교는 물론 가정과 사회가 다함께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어른들도 불평만 늘어놓기에 앞서 자신이 하나의 원인 제공자는 아닌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위 지척사항=시교위가 교감 회의에서 배포한 「현재 서울 학생의 모습」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중·고교생들은 극도의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인내심이나 극기력이 약하고 의타심이 많다.
시교위는 이와 관련된 사례로▲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옳고 그르고를 가리지 않는다▲부모님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려하지 않는다▲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줄 모른다▲책 한 권도 끝까지 읽지 못하며 작문을 해도 몇 자 쓰고는 중단해버린다 ▲조그만 꾸중에도 뛰쳐나가거나 반항한다▲숙제나 공부를 제 힘만으로는 하려하지 않는다▲제가 덮고 잔 이불도 개지 않고 제방 청소도 하지 않는다▲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해 등·하교하려든다는 것 등을 들었다.
시교위는 또 요즘 학생들이 무례하고 정직하지 않으며 물건 아까운 줄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된 사례는▲자기를 가르치는 교사나 교장의 이름도 모른다▲웃 어른을 봐도 인사를 않는다▲가장 기본적인 인사·식사·전화 예절도 모르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커닝 등 부정한 방법으로 성적을 따려한다▲멀쩡한 의복이나 학용품을 버리고 새것을 요구한다▲자기 물건을 잃어 버리고도 찾을 생각을 않는다는 것 등이다.
시교위는 또 학생들이 욕설을 함부로 하며 걸핏하면 주먹 다툼을 벌이는 등 난폭하고, 비디오·만화 등 선정적이고 충동적인 매체에 사로 잡혀 진지하고 가치적인 것보다 코믹하고 자극·충동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시교위 중등 교육과의 김수웅 생활 지도 담당 장학관은 『서울 시내 중·고교생들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같이 행동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해 많은 교직 관계자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 및 대책=시교위는 이 같은 현상들이▲건전치 못한 또래 집단(불량 서클)의 횡행▲부모의 무절제하고 부도덕한 생활, 과보호와 과잉 기대 등 가정 교육의 부재▲성적만을 학생평가의 잣대로 삼고 생활 지도를 소홀히 해온 학교 교육의 파행 ▲학생들에게 결코 모범적이지 못한 사회 환경 등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시교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학교에서부터 예방적 차원의 학생 생활 지도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문제 행동이 발생했을 경우 임기응변·대중 요법식 지도를 지양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 과학적인 개별 지도를 갖도록 지시했다.
서울 T고의 정모 교감은 『시교위의 지시가 말은 그럴 듯하나 현실적으로 교사 1명이 맡아야 할 학생수가 너무 많고 입시라는 무거운 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생활 지도가 쉽겠느냐』고 반문하고 『학생들의 평소 생활상을 내신 성적에 일정 비율 반영토록 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교내에 생활 교육관을 마련해놓고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도덕·가정. 특별 활동 시간을 이용, 생활 태도 교육을 시키고있는 문래중의 김은주 교장은 『학생들 대부분은 무지로 인해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학교에서 좀더 관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생할 교육을 시켜나간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역설했다.
Y고의 윤리 주임 강모 교사는 『학교가 지식 전수외엔 별다른 역할을 못하고 있어 학생들이 「공부하는 로봇」이 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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