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페만전쟁으로 본 아랍의 「종교와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교도와 싸우는건 「코란의 계시」”/「성전의식」으로 무장 북아·스페인까지 정벌/바빌로니아왕국 자긍심… 터키등 외침도 자주받아
2차대전 당시 강대국 미국은 「패배할 것이 뻔한데도 막무가내로 싸움을 걸어오는 극동의 작은 섬나라」 일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인류학자를 동원,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게 했다. 그 결과가 유명한 루스 베네딕트저 『국화와 칼』이다. 이전까지 일본을 몰랐던 서구인은 요즘도 「일본」하면 『국화와 칼』을 떠올린다.
이라크는 「아랍민족주의」역사와 「이슬람」문화라는 양대 기둥으로 이뤄진 아랍세계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라크가 자리잡은 메소포타미아지방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비옥한 초생달형지역으로 고대문명의 발상지.
후세인이 스스로를 「함무라비왕」이나 「느부갓네살왕」에 비유하는 것은 이같은 세계최고의 역사와 찬란했던 고대문명에의 자긍심에서 나온 것이며 동시에 아랍세계를 통일해 위대한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민족주의적 야망을 함축하고 있다.
함무라비왕은 기원전 18세기 최초로 메소포타미아지방을 통일,「바빌로니아」라는 대왕국을 건설한 영웅이다. 함무라비법전은 당시의 법률을 돌에 새겨 오늘날까지 남긴 그의 업적이다. 느부갓네살왕은 기원전 7세기 무너진 바빌로니아(구바빌로니아)의 뒤를 이어 이 지역을 재통일,「신바빌로니아」왕국을 세운 또다른 왕이다. 느부갓네살왕은 특히 이민족 유태인의 나라 유다왕국을 정복하고 예루살렘의 주민 대부분을 바빌론에 유폐시킨 「바빌론의 유수」의 주인공으로 「이스라엘의 원수」지만 아랍민족에게는 「위대한 정복자」다. 그는 또 시리아·팔레스타인 정벌과 적극적인 통상활동 장려로 국부를 쌓아 찬연한 고대문화를 꽃피운다. 구약성서의 거대한 신전 「바벨탑」과 세계적 불가사의인 수도 바빌론의 「공중정원」도 이 당시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 이라크의 조상들은 풍요로운 산물과 화려한 문화를 탐내는 이민족의 외침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인이 이 지역을 정복했으며,이어 기원전 2세기 알렉산더 대왕에게 정복된다. 피지배와 수탈로 점철돼온 아랍세계를 새로운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르게한 것은 마호메트의 등장이다. 마호메트가 창시한 이슬람교는 부족단위 공동체로 흩어져 있던 아랍세계를 정치적으로 통일했을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통일,새로운 이슬람문화의 세계를 만들었다.
1백년간 이슬람교도인 아랍무슬림(「믿는자」라는 뜻)은 동으로 페르시아를 넘어 중국 서부국경까지,서로 이집트를 넘어 북아프리카·스페인지역까지의 대 이슬람왕국을 개척했다.
코란이 무슬림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유일한 「알라」의 존재를 믿고 하루 4번 성지메카를 향해 기도하며,일생동안 한번 이상 메카를 순례하라는 것. 그러나 코란의 힘은 이교도에 대한 포교=정복의 필요성에서 나온다. 코란의 「최후의 계시」인 코란을 믿지 않는자들에게 대한 전쟁을 강조한다. 곧 성전,「지하드」에 나서라는 것이다. 지하드에서 이교도와 싸우다 죽는 것이 무슬림의 거룩한 사명이며,이들의 사후에는 행복한 내세가 보장되는 것이다. 무슬림은 한손에 코란,한손에 아라비아칼을 들고 전쟁에 나섰으며 코란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에게는 칼을 던졌다.
대제국을 이룩한 이슬람은 오래지 않아 내분과 외침으로 역사에서 소멸해 갔지만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는 남아 지금도 10억 무슬림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슬람교는 마호메트의 후계자 「칼리프」의 정통성에 대한 해석에 따라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라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제국은 터키족의 정복과 몽고족의 침략으로 아랍전통을 상실해 갔다.
이후 근대적인 민족주의가 새로이 아랍을 풍미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말∼20세기초. 아랍민족은 수백년간 지배해온 터키족의 오스만제국에 맞서 독립을 요구했다. 1차대전중 아랍민족은 독립을 약속해온 영국과 함께 오스만제국을 공격했다. 그러나 승전후 영국과 프랑스는 완전독립 대신 아랍지역을 신탁통치하면서 친 서방 아랍인왕국을 만들어갔다. 이에 앞서 쿠웨이트는 인도와의 교역로를 확보하려는 영국에 의해 보호령이 되었다. 1차대전후 이라크의 영토가 된 바스라지역의 일부였다.
후세인은 이제 새로운 아랍민족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며,무슬림 이라크인들은 죽음으로 불사하는 「성전의식」으로 무장한채 그의 전쟁선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오병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