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한자리」누가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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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덕주 대법원장 취임으로 한자리가 비어있는 대법관 자리에 누가 발탁될지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대법관 자리가 법관최고의 영예인「성좌」인데다 대법관인선에 따른 법원장급연쇄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법관은 일반 행정부처의 장관급으로 헌법상 임기 6년에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대법원장이 실질적인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인선기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과거 3공이나 5공 하에서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인선이 많아 대법원장은 대부분 형식적인 제청절차만 담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6공 이후 이일규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직 수락의 조건으로 대법원구성에 있어 「실질적인 제청권 행사」를 요구했고 이 같은 전례에 따라 이번에도 김덕주 대법원장의 의중에 있는 사람이 대법관에 지명될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아직까지 대법관인선에 대해 아무런 언질이 없으나 대법원의 재판업무 폭주로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고 오는 24일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늦어도 2O일을 전후해 새 대법관을 제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고시 7∼11회에 걸쳐 있어 새 대법관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법원주변의 전망.
우리 대법원은 미국등과 달리 보수·진보 등 이념적인 성향이나 색채 등에 따른 구성이 아니어서 자연 실무경력과 서열, 재판업무능력 등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된다.
이 같은 기준에서 새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허정훈 사법연수원장(57·경남진양·고시9회)·김석수 법원행정처차장(59·경남하동·고시10회)·장상재 서울형사지법원장(55·경남밀양·고시10회)·임규운 서울민사지법원장(58·경기김포·고시11회)등 4명.
이들보다 선임인 고시8회 출신 고 법원장급도 있으나 고시8회의 경우 이미 11명의대법원판사와 대법관을 배출해(현재4명)또다시 고시8회 출신이 기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허 사법연수원장은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인천지방법원장 등 다양한 경력에다 성격에 무리가 없고 대인관계가 원만해 후배법관들이 많이 따른다.
지난 82년 이철희·장령자 부부 거액어음사건의 1심 재판장을 맡아 명성을 얻었던 허 원장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으로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지만 법률적으로는 간단한 사기사건』이라는 판결외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인천지방법원장 시절이던 88년에는 부천 서성 고문사건 문책동전경장의 직권구속을 지휘하기도 했다.
김 법원행정처차장은 법원살림을 음지에서 보좌하고 있는데 훤칠한 키에 부드러운 매너로 영국신사라는 평을 듣는다.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위트가 넘쳐 항상 좌중을 이끄는 장기도 가지고 있다.
법 이론에도 밝은 김 차장은 서울고법 형사1부장 시절 조세형 탈주사건의 항소심을 처리하기도 했다.
장 서울형사지법원장은 침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형이다.
민사이론에 특히 밝은 장 원장은 서울민사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액사건의 전산화를 이룩하는 등 「법원 문턱 낮추기」작업에 정열을 쏟았다.
요즘도 법 이론 연구와 후배법관들의 재판결과 분석 등에 힘을 쏟고있다.
임 서울민사지법원장은 작은 체구에 온화한 인상이나 일 처리에 있어 빈틈이 없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5공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하면서 법원에 밀러온 어려운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88년 대법관후보로도 거론됐던 임 원장은 폭넓은 창의력을 가졌다는 평이다.
85년에는 제3대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언론의 생명은 정확한보도』라고 강조해 공감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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