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품 아니다" 간호사 2만명 시위 "간호법 무산 땐 의료대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간호사들이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간호사에게 일부 의사 업무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으로 메워왔는데, 간호법 제정이 불발되면 시범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3일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간협 추산 2만여명의 간호사들이 모였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신경림 간협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와 정부의 간호법 제정 약속 미이행 시 강력 투쟁 선언문’을 발표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 통과를 위한 마지막 기회에 국회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간호사들의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 간호사들이 투쟁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의사 파업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29일에 종료되는 21대 국회 내에 간호법이 처리되려면 28일 본회의 전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먼저 열려야 한다. 28일 이전에 남은 평일은 24일, 27일뿐이다. 하지만 여야가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대치하면서 상임위 개최가 모두 멈춘 상태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이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 사업 등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간호협회는 이 자리에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 사업 등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간협은 선언문에서 “간호법 통과가 무산될 경우, 정부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모든 협조를 중단하는 한편,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시 만나서 (국회 회의) 일정을 협의해달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간호법에 반대했던 기존 입장을 바꿔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법제화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간호법 수정안을 지난 1일 국회 복지위 여야 간사단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이번 국회 내 통과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정쟁으로 다시 처리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간협 관계자는 “정부 시범사업이 시행되자 이를 확대해석해 간호사에게 사망선언을 시키는 등 모든 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악용하는 병원들이 생겨났다”며 “이번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손혜숙 간협 부회장은 “의료법에 간호사 업무 중 ‘진료의 보조’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의료기관장으로부터 불명확한 업무를 무분별하게 지시받고 수행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광역시간호사회 서부덕 회장은 “지금 현장의 간호사들은 매우 지쳐 있다. 소진돼 가면서도 현장을 떠날 수 없는 간호사를 이렇게 외면하실 것이냐”며 “간호사들은 필요할 때만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 절실한 요구에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