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이대로 괜찮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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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4일 도쿄 한·일 경제인회의에 참석한 한·일 주요 경제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도쿄 한·일 경제인회의에 참석한 한·일 주요 경제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4일 “한·일 관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과 일본, 양국 협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경제인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최근 상의 회장 연임과 함께 진행했던 기자간담회 발언을 소개했다. ‘대한민국은 이대로 하면 괜찮은가,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은가’라는 질문이다. 최 회장은 당시 “만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 사회에 던진 이 질문을 한·일 관계에 던지겠다는 말로 연설을 이어갔다. “한·일 관계 이대로 괜찮은가?”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 간 많은 경제협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대로 괜찮은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대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여태 해보지 않은 것을 모색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라인야후’ 사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한·일 관계 연장선상에서의 양국 협력은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을 이어갔다. 먼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시작된 한·일 셔틀외교 복원, 미국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한·일 관계를 경색시켰던 무역분쟁은 “종식됐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아쉽게도 (한·일 관계) 온기가 경제에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공통의 숙제를 갖고 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부족을 근거로 들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신흥국에 추월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양국 관계의 재모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의미의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소개했다. 한·일 간 관세 없는 자유무역이라는 단 한 가지 조건만을 놓고 양국 상공회의소를 통해 지난 6개월간 연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다. 완전한 자유무역 실행만으로 한·일 양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한 최 회장은 “실제 나온 숫자는 제 기대치에 비해 낮았다”며 “낮은 이유는 관세만 없앤 경우를 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장기 효과의 파급력을 계산한다면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이 가져올 장점이 상당히 크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또 한·일 협력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 연구라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과 함께 “즉시 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에너지, 수소, 양자, 관광상품 공동 개발을 예로 들며 “외국 관광객이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가는 상품을 만든다면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한일경제협회 회의는 1969년 한·일 양국의 경제인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일본에서 6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엔 김윤(삼양홀딩스 회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미쓰비시상사 전 회장)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 양국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15일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경제인판’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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