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이대로 괜찮은가" 또 물음 던진 최태원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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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14일 “한·일관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과 일본, 양국 협력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경제인 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최근 상의 회장 연임과 함께 진행했던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했다. '대한민국은 이대로 하면 괜찮은가,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은가'라는 질문이다. 이어 최 화장은 당시 “만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해보지 않은 것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국 사회에 던졌던 이 질문을 한·일관계에 던지겠다는 말로 연설을 이어갔다.“한·일 관계 이대로 괜찮은가?”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 한일 주요 경제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덕민 주일본대한민국대사, 김 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스가 요시히데 제99대내각총리대신,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모리 타케오 전 외무사무차관, 우에다 카츠히로 오가키정공 회장, 이미즈 하루히로 일간공업신문사 사장. 뒷줄 왼쪽부터, 윤 주 한화재팬 사장, 김상균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최 윤 OK금융그룹 회장. 김현예 특파원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 한일 주요 경제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사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덕민 주일본대한민국대사, 김 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스가 요시히데 제99대내각총리대신,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모리 타케오 전 외무사무차관, 우에다 카츠히로 오가키정공 회장, 이미즈 하루히로 일간공업신문사 사장. 뒷줄 왼쪽부터, 윤 주 한화재팬 사장, 김상균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최 윤 OK금융그룹 회장. 김현예 특파원

최 회장은 청중을 향해 “한국과 일본 간 많은 경제협력을 해왔지만, 이제는 이대로 괜찮은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이대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여태 해보지 않은 것을 모색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한일 양국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라인야후’ 사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한일관계 연장선상에서의 양국 협력은 되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연설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먼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시작된 한일 셔틀외교 재개,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양국 관계를 경색시켰던 무역분쟁도 “종식됐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아쉽게도 (한·일관계) 온기가 경제까지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두 나라가 중요한 경제 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교역이 10년째 제자리”라는 얘기다.

그는 “한일 양국은 공통의 숙제를 갖고 있다”면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력 부족을 근거로 들었다. 최 회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신흥국에게 추월당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양국 관계의 재모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주공제(同舟共濟)’ 제안한 최태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이날 연설에서 최 회장은 “새로운 모색”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의미의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 간 관세 없는 자유무역이라는 단 한 가지 조건만을 놓고 양국 상공회의소를 통해 지난 6개월간 연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다.

한국과 일본 사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자유무역을 실행하는 것만으로 양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실제 나온 숫자는 제 기대치에 비해 낮았다”며 “낮은 이유는 관세만 없앤 경우를 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장기 효과 파급력을 계산한다면 두 나라 간 경제협력이 가져올 장점이 상당히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최 회장은 한일 협력방안 모색을 위한 공동 연구라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과 함께 “즉시 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예로 든 것은 에너지, 수소, 양자, 관광상품 공동 개발로 그는 “외국 관광객이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가는 상품을 만든다면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한일경제협회 회의는 지난 1969년 한일 양국의 경제인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일본에서 6년 만에 열린 이 행사엔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삼양홀딩스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미쓰비시상사 전 회장) 등 양국 기업인 300여 명이 참석했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양국 경제인들은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경제인판’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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