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금투세 놓고 시장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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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이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실제 시행 여부는 안갯속이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폐지 추진을 강조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야당 협조 없이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다. 찬반양론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시장에선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양도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주식은 연간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는 250만원이 넘는 소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3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 25%가 적용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마련됐는데, 여야합의로 시행이 유예돼 내년 1월 1일 도입을 앞두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중 금투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으로 전체의 1% 정도다.

일각에선 금투세 도입으로 한국증시가 상승 동력을 잃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금투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라 하더라도, 이들이 움직이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투자 환경이 악화돼 개미 투자자도 덩달아 피해를 볼 거란 취지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10년간 한국증시의 총 주주수익률(TRS)이 5%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투세 대상자 15만명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원 규모”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지적도 있다. 조세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 외국인, 법인세를 내는 기관은 금투세 적용대상이 아니다. 향후 5000만원 수익이 나기 전에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단타성’ 거래가 급증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과 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선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인하·폐지하면 개미 투자자의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손익통산(손실과 이익을 통틀어 계산)하는 금투세로 과세 방식을 합리화하는 것이 시장 변동성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건 금투세 폐지를 위해선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23년에도 금투세 도입이 임박한 시점에서 유예되자 업계 내부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지금도 어떻게 될지 지켜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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