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정성호 한날 사퇴…'추미애로 정리' 뒤엔 박찬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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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조정식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며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조정식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며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이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2파전으로 정리됐다. 후보로 등록했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12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조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잇따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경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오후에는 조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추 당선인과 만나 단일화에 합의했다. 조 의원은 회동 뒤 “개혁 국회를 위해 마중물이 되고자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도 “저희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다음 국회를 개혁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원식 의원은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번 교통 정리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한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찾아가 불출마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조 의원을, 지난 6일 정 의원을 각각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제가 당선됐는데, 국회의장까지 친명이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두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6선 고지를 밟은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1년 8개월 간 사무총장을 지냈다. 정 의원은 이 대표 측근 그룹인 7인회에 소속된 친명계 좌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조 의원과 정 의원에게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데, 당원이 뽑은 국회의원이 당원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한다. 추미애 의장을 요구하는 당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 의원과 정 의원은 7~8일 출마를 강행했고, 다른 친명계 인사까지 이번 주말 사이 설득 작업에 가세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를 필두로 이 대표와 소통하는 인사들이 움직이자 기류를 감지한 후보들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 관계자는 “당심이 추미애로 급격히 쏠리면서 이 대표 의중도 기운 거로 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왼쪽부터), 우원식, 조정식,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자들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1기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 총회에 입장해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례적인 교통 정리에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 선거에 직접 관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중진 의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선출까지 명심이 작용하는 게 맞느냐”(초선 의원)는 우려도 있다. 지난 3일 원내대표 선거도 ‘찐명’(진짜 이재명)으로 통하는 박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로 사실상 정리됐다. 당시 선거를 목전에 두고 출마를 희망했던 김민석·김성환·서영교 의원은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특히 서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돌연 “최고위원 2명이 사퇴하면 당에 부담이 된다”며 불출마 회견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의장 교통 정리’가 이 대표 연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 의원은 “(조정식·정성호 등) 친명 국회의장이 먼저 나오면, 연임을 고심 중인 이 대표의 공간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거야(巨野) 독주에 대한 비판 부담을 추 당선인과 이 대표가 나눌 수 있다는 당내 인식도 있다. 추 당선인은 지난 8일 국회의장이 되면 대선에 불출마해 이 대표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 연임 대찬성”(정청래),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하라”(장경태)며 군불을 땠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밑 조율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입원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를 겨냥한 비판 글을 올리고 있지만, 당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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