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이 추미애 당선인과 우원식 의원 2파전으로 정리됐다. 후보로 등록했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12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조 의원과 정 의원은 이날 잇따라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경선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오후에는 조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추 당선인과 만나 단일화에 합의했다. 조 의원은 회동 뒤 “개혁 국회를 위해 마중물이 되고자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도 “저희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다음 국회를 개혁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원식 의원은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혔다.
이번 교통 정리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주도했다고 한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두고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찾아가 불출마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조 의원을, 지난 6일 정 의원을 각각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제가 당선됐는데, 국회의장까지 친명이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두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6선 고지를 밟은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1년 8개월 간 사무총장을 지냈다. 정 의원은 이 대표 측근 그룹인 7인회에 소속된 친명계 좌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조 의원과 정 의원에게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인데, 당원이 뽑은 국회의원이 당원과 다른 결론을 내리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한다. 추미애 의장을 요구하는 당원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 의원과 정 의원은 7~8일 출마를 강행했고, 다른 친명계 인사까지 이번 주말 사이 설득 작업에 가세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를 필두로 이 대표와 소통하는 인사들이 움직이자 기류를 감지한 후보들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 관계자는 “당심이 추미애로 급격히 쏠리면서 이 대표 의중도 기운 거로 안다”고 전했다.
이례적인 교통 정리에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 선거에 직접 관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중진 의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에 이어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선출까지 명심이 작용하는 게 맞느냐”(초선 의원)는 우려도 있다. 지난 3일 원내대표 선거도 ‘찐명’(진짜 이재명)으로 통하는 박 원내대표의 단독 출마로 사실상 정리됐다. 당시 선거를 목전에 두고 출마를 희망했던 김민석·김성환·서영교 의원은 줄줄이 사퇴를 선언했다. 특히 서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돌연 “최고위원 2명이 사퇴하면 당에 부담이 된다”며 불출마 회견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추미애 의장 교통 정리’가 이 대표 연임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 의원은 “(조정식·정성호 등) 친명 국회의장이 먼저 나오면, 연임을 고심 중인 이 대표의 공간이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거야(巨野) 독주에 대한 비판 부담을 추 당선인과 이 대표가 나눌 수 있다는 당내 인식도 있다. 추 당선인은 지난 8일 국회의장이 되면 대선에 불출마해 이 대표와 경쟁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이 대표 연임 대찬성”(정청래),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하라”(장경태)며 군불을 땠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물밑 조율에 대해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입원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를 겨냥한 비판 글을 올리고 있지만, 당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