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소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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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호 29면

금주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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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疏通’)이 요즘처럼 뜬 적이 있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사회적 병리의 대안으로, 정치적 성패의 도구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단어다. 이 단어의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할 수도 있다.

‘소통’의 뜻 자체가 ‘흐름’이다. 소(疏)는 疋(짝 필, 발 소)에서 뜻이자 음인 소를 빌리고 㐬에서 물이 흐른다는 뜻을 빌렸다. 통(通)은 나아간다는 뜻의 辶((책받침)과 甬(용 또는 동)의 발음이 합쳐졌다. 소통의 뜻은 이렇게 ‘막힘없이 서로 통하고 나아간다’는 것. 그런데 언행 없이는 소통’은 사전에 누워 있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위르겐 하버마스는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이 믿을 만하며’ ‘진정성을 갖춘’ 말을 원활한 소통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버마스는 여기에 화룡점정의 하나를 더 했는데, 바로 ‘비판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년9개월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일방통행과 불통이란 비판을 피하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공백이었다. 이번엔 예전보다 몸을 낮췄고 민심과 소통하려는 의지는 높였다는 평이다. ‘소통 원활한 일방통행’은 도로 위에나 있지, 정치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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