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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2000명 근거 요구에...의료계 "증원에 제동" 정부 "지장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협의회 비대위 긴급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협의회 비대위 긴급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대표의 발표를 듣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근거를 요구하면서 이달 중순까지 증원 승인 절차를 보류하라고 한 데 대해 정부가 “성실히 임할 것”이라면서도 “증원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정부 “절차 지장 없어”

이날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날(30일) 재판부 항고심 관련,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심민철 기획관은 의대 증원 규모 확정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학별로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면 대교협은 그에 따라 심의‧승인한 후 대학별로 통보하고 그 시점이 통상 5월 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이 5월 중순이기 때문에 ‘집행정지 결정 전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재판부 요청 사항을 수용하면서도 5월 말까지 (이어지는) 대교협 승인 절차를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 요청에 따라) 따로 일정이 지연되거나 단축되는 것은 아니고 예년과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정상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시점까진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충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구회근·배상원·최다은)는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 등 18명이 낸 의대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모집 정원 계획을 최종 승인하지 말라”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 자료, 배정 관련 회의록, 각 대학 지원 방안, 세부적인 예산 계획 등을 10일까지 내면 그다음 주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오는 13~18일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의료계 “국면 전환…증원 물 건너갔다”  

의료계에선 “법원이 정부 의대 증원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대생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일 통화에서 “의대생 등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원고 적격성을 문제 삼은 정부를 질타하는 자리였다”며 “판사는 정부의 모든 행정작용이 사법통제의 대상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의 근거를 내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 신호”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사직 전공의 A씨는 “국면이 완전히 달라지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없다는 게 앞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전용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2000명 근거를 댈 수 없을 테니 의료계가 이긴 것” “사실상 의대 증원은 물 건너갔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3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속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및 휴진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3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속 교수들이 의대 증원 및 휴진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적법하고 근거 있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료계 의견을 (사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며 “대교협의 입학정원 승인절차는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하기 위한 국내·외 전문가 풀을 구성해 철저하게 (자료를) 검증하고 검증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가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입장이 바뀐 적이 없는데, 끝났다 생각했을 때 변수가 등장하니 피로감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원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면 증원 승인 절차 등은 그대로 진행되지만, 인용된다면 본안 판결 때까지 정원 승인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된다. 이병철 변호사는 “인용 시 본안 소송 선고까지 의대 증원은 중단되고, 본안 소송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이므로 결국 정부의 의대 증원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인호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청인 적격 문제가 소송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원고 자격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인용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올라간 것”이라며 “정부가 항고한다 해도 대법원 판결 때까지 모든 것이 멈추게 돼 입시 일정에는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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