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평양 전역이 무기고…中, 제1 도련선 못 벗어나게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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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 포위망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과거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둔한 미군 위주로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해 왔지만, 이젠 역내 동맹과의 양자간 상호방위조약에 더해 서로 중첩되는 소다자 안보 협력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인·태 전역을 미국의 무기고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6일 미국 해병대와 필리핀 해병대가 필리핀 팔라완에서 연합 공중 강습 훈련을 하고 있다. 다음달 10일까지 실시하는 이번 훈련(발리카탄)에는 양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도 참가한다. EPA=연합뉴스

지난 26일 미국 해병대와 필리핀 해병대가 필리핀 팔라완에서 연합 공중 강습 훈련을 하고 있다. 다음달 10일까지 실시하는 이번 훈련(발리카탄)에는 양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도 참가한다. 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중국에 대처해 어떤 군사적인 역동성을 보이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다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필리핀 등에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확대하면서 다양한 신형 무기체계를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최전선인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넘어온 81억 달러(약 11조1700억원) 규모의 대만 관련 군사지원 법안에 지난 23일 서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14일, 일본 오키나와의 미국 해병대 주둔 기지(후텐마)에서 MV-22 오스프리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일본 오키나와의 미국 해병대 주둔 기지(후텐마)에서 MV-22 오스프리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강화되는 미·일·필리핀 간 군사협력도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이와 관련,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제3원정군·Ⅲ MEF)의 역할 변화도 도모하고 있다. 상륙작전뿐 아니라 해상의 중국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대 400발 확보하는 등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국을 압박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유사시 미군을 지원할 수 있어서다.

필리핀과 TEL 배치 논의 

미군에 4개 군사 기지를 열어준 필리핀은 새로운 군사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은 해당 기지들에 전투기는 물론 중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배치하기 위해 필리핀 측과 계속 논의 중이다. 기지 4곳 중 3곳은 대만까지의 거리가 400㎞ 정도로 가까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빠른 병력 증파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같은 군사 태세는 중국에 치명적이다. NYT는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에 배치된 미군 자산은 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 군함의 동태평양 진출을 차단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해군력을 ‘제1 도련선’(오키나와-대만-믈라카 해협) 안에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은 해양 패권 확장을 위해 군사 전략상 가상의 선인 ‘도련선(Island Chain)’을 설정하고 있는데, 제1 도련선은 중국 입장에선 최종 방위선이다. 중국은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제2 도련선’(일본 동부-필리핀-사이판-괌-팔라우)과 ‘제3 도련선’(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 등을 두고 있다. 미국은 촘촘하면서도 거대한 안보 협력망을 이용해 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의 제2 도련선 확대 전략에 대응해 호주·파푸아뉴기니와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미·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호주군이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하는 계획은 중국에 매우 위협적이다. 은밀하게 기동하는 핵잠수함 부대는 중국의 팽창 전략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중요 자산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건조할 핵 추진 잠수함 '오커스' 상상도. 사진 영국 국방부

호주가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건조할 핵 추진 잠수함 '오커스' 상상도. 사진 영국 국방부

이와 관련, 새뮤얼 파파로 신임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은 “태평양의 수천 마일에 걸친 이런 파트너십과 안보협정 네트워크는 중국이 주변국들을 위협한 결과”라며 “미국과 동맹·협력국이 더 강력한 카드를 가지고 있으며 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모든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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