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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굴 구해" 외신도 조롱…英 '양상추 총리' 신간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2022년 10월 사퇴를 발표한 직후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2022년 10월 사퇴를 발표한 직후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영국 사상 최단기 재임의 불명예 기록을 쓴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자서전 성격도 있는 신간,『서방 세계를 구할 시간은 10년(Ten Years to Save the West)』이란 책을 내면서다.

트러스 전 총리는 현 리시 수낵 총리의 전임이다. 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찾아가 단독 면담을 하는 등, 기세와 실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통했으나 총리 직을 맡은 뒤로는 영 맥을 못 췄다. 결국 49일 재임 끝 사퇴했다. 당시 그를 두고 영국에선 '양상추 총리'라는 별명도 나왔다. 쉽게 상하는 양상추처럼 재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비꼰 말이다.

그는 이번 저서에서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리의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해 동료 보수 정치인들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 정치가 잘못된 길을 걸어왔음을 직시하자"고 적었다. 이어 "내가 패배한 전투에서 얻은 교훈"이라며 "세계의 진보 세력이 내세운, 멋있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세계를 망치고 경제와 문화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신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신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를 두고 진보 성향 가디언은 "리즈 트러스가 친절하게도 '세계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대체 리즈 트러스는 누가 구할까"라고 15일(현지시간)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마저도 칼럼을 통해 "트러스는 아는 게 너무 많아서일까, 선을 넘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그의 책 전체를 폄하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BBC는 같은 날 트러스와의 인터뷰를 방송하며, 그의 총리 재임 시절 고민을 전했다. 트러스는 "내가 총리를 하던 때는 (러시아 전쟁부터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등) 일이 많았다"더 "한때 '왜 하필 지금 내가 총리일까'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가 만난 영국의 마지막 총리이기도 하다. 여왕은 총리 자격으로 자신을 알현하러 온 트러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한다. "당신만의 속도를 찾아서,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가세요." 하지만 트러스는 속도를 찾기도 전에 낙마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러스 전 총리가 아직까지 논란을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反) 트럼프 정서가 강한 이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한 이유다. 트러스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BBC에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해 강력한 (제어) 정책을 쓸 수 있고, 더 공격적일 수 있다"며 "서방 세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던 시절, 이 세계는 더 안전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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