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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6곳 거부’ 김해 60대 심장질환자, 부산에서 숨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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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남 김해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60대 환자가 인근 병원 6곳에서 응급실 이송을 거절당한 뒤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술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유족은 “긴급 수술을 받았다고 살았을 거라 장담할 수 없으나, 의료 공백으로 인해 혹시 모를 생존 가능성을 저버린 것은 아닌지 원통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아무리 중증 질환이라 하더라도 환자를 살리지 못하면 의사를 죄인으로 만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필수의료는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17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김해 대동면의 한 밭에서 60대 여성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9분쯤이다. 신고 1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인근 병원 6곳에 10차례에 걸쳐 응급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의료진이 없다” “환자가 많다”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오후 4시42분쯤 부산의 D병원으로부터 수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A씨 이송을 결정했다. 구급대의 현장 도착 19분 만이다. 현장에서 22㎞ 떨어진 D병원에는 오후 5시25분쯤 도착했다.

A씨는 D병원에서 2시간30분간 검사 끝에 대동맥 혈관 안벽이 찢어진 대동맥 박리 진단을 받았다. 대동맥 박리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급성 심장질환이다.

D병원에서는 이 수술이 불가능했고, A씨는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오후 8시20분쯤 대학병원에 도착한 A씨는 수술 준비 도중 심정지 판정을 받았고, 오후 10시15분쯤 숨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동맥 박리는 발생 직후 사망률이 30~40%에 달해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A씨 유족은 의료 공백 피해를 접수하는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 신고했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김해와 부산은 가까워서 환자 이송이 잦은 편”이라면서도 “(의료 공백 사태 이후) 병원의 (이송) 거부가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했다”며 “A씨 사례가 의료 공백 여파에 해당하는 재해인지는 복지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부산에서도 50대 남성이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최초 신고 5시간 뒤에야 울산으로 옮겨져 수술받았고, 6일 만에 숨졌다. 당시 119 구급대는 10곳 넘는 병원에 이송을 문의했으며, 처음 도착한 부산의 병원에서 대동맥 박리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이 어려워 울산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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