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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도발이 '라파 공격' 기회?…철수했던 이軍, 가자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군이 16일(현지시간) 오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습해 팔레스타인인 7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철수한지 9일 만이다. 일각에선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한 이란의 공격이, 그간 국제사회가 저지해온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가능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에 모여있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에 모여있는 팔레스타인 피란민들. 로이터=연합뉴스

17일 예루살렘포스트·로이터통신 등은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스라엘 공군이 전날 자정 직전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를 공습해 건물 한채가 무너져 어린이를 포함한 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가자 중부의 알마가지 난민캠프에서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1명이 사망했다.

가자 북부 도시 베이트하눈과 자발리아에는 이스라엘군 탱크와 불도저가 진입해 피란민이 모여 있는 학교 등을 포위했다고 중국 관영 영지 차이나데일리가 하마스 언론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학교에 야전 수색본부를 설치했고, 지역 주민들을 무기로 위협하며 강제로 내쫓고 있다.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구금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시신 옆에서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시신 옆에서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라파 피란민, 대피로도 막혀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직전,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철수했다. 당시 일부 외신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본격 진군하기 직전 피란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 분석했다.

상당수 라파 피란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피란길에 오른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2월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가자지구 내 마지막 남은 지역인 라파 침공을 예고한 데다, 이란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측의 주의가 분산된 지금이 귀향의 적기라고 판단해서다. 인권단체 유로메드라이츠의 마하 후사이니 활동가는 “라파에서 피란 행렬에 합류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일단 침공하면 무차별적 공격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의 팔레스타인 피란민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의 팔레스타인 피란민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재배치되면서 라파 피란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실제로 지난 14일, 가자 북부로 이동하던 라파 피란민들이 가자시티의 마지막 지점인 누세라이트 검문소 근처에 도착하자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피란민 5명이 사망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준비 중이다. CNN은 이스라엘이 당초 15일 밤 라파 내 피란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하는 전단지를 뿌리는 등 지상전을 위한 조치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13일 밤에 진행된 이란의 공습으로 계획이 다소 지연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현재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이란에 대한 재반격 시기와 방식을 논의하면서, 동시에 라파 지상전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5일 오후 그의 사무실에서 라파 군사 작전의 준비 상황에 대해 브리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공격 직후인 지난 14일 소집된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회의에선 이란의 도발과 라파 지상전 계획은 무관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무엇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지상전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는 라파에 하마스 4개 대대가 피신했다며 가자 전쟁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 이들을 소탕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참사를 막고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하마스와의 휴전을 압박해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이란 공습이 라파 위험 키웠다"

이번 이란의 공습이 라파 지상전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잔혹성에 경악했던 국제 사회는 차츰 관심의 초점을 이스라엘군에 고통받는 가자지구 민간인으로 옮겼고 이스라엘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면서 “이번 이란의 도발로 이스라엘은 다시금 서방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동맹국으로 지위를 회복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의 아이들이 식료품을 무료 배급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의 아이들이 식료품을 무료 배급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알자지라는 “이란 공격와 이스라엘 재반격 위협으로, 중동 확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국제사회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가자를 떠났다”며 “전선이 확장될수록,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과 비난 수위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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