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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30도 기울자 ‘당황’…세월호 10년 만에 문 연 국민해양안전관 가보니[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오후 전남 고흥군 점암중앙중학교 학생들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민해양안전관에서 모형 선박 내 의자에 앉아 침몰시 배의 기울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12일 오후 전남 고흥군 점암중앙중학교 학생들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민해양안전관에서 모형 선박 내 의자에 앉아 침몰시 배의 기울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강사 “배는 30도 이상 기울면 침몰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탈출할 수 있겠어요?”

학생들 “아니요. (탈출이) 어려워요. 선체가 너무 기울어 서 있기도 힘들어요.”

지난 12일 오후 2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민해양안전관 내 선박 기울기(경도) 체험장. 전남 고흥군 점암중앙중학교 학생 18명이 배가 침몰하는 상황을 체험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현재 선체가 30도 정도 기울었다. 문까지 걸어가서 탈출할 수 있겠느냐”는 강사의 말에 "불가능할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월호 10주기

학생들, 침몰시 기울기 변화 체험

지난 12일 오후 전남 고흥군 점암중앙중학교 학생들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민해양안전관에서 모형 선박 내 의자에 앉아 침몰시 배의 기울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12일 오후 전남 고흥군 점암중앙중학교 학생들이 전남 진도군 임회면 국민해양안전관에서 모형 선박 내 의자에 앉아 침몰시 배의 기울기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학생들은 이날 길이 8.5m, 너비 3.5m 크기의 모형 선박 내 의자에 앉아 침몰시 배의 기울기 변화를 체험했다. 기울기 10도 상태에서 담담한 반응을 보이던 학생들은 배가 30도로 기울어지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윤성우(14·점암중앙중)군은 “배가 기울어지자 앉은 곳에서 1m 떨어진 문까지 걸어가는 것도 어려웠다”며 “침몰 사고가 나면 탈출이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국민해양안전관, 올해 들어 2368명 체험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 프로그램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양안전관의 모습.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 프로그램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양안전관의 모습.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진도 국민해양안전관에 체험객과 추모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시설에는 지난 3월까지 2368명이 다녀갔다.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9분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세월호 침몰로 학생과 교사 등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양안전관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해양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600m 떨어진 곳에 건립됐다. 국비 270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462㎡ 규모로 들어섰다.

건물 밖에는 세월호 참사 추모공원인 해양안전정원이 조성됐다. 정원 한쪽에는 12.5m 높이의 노란색 ‘맘(Mom)’ 조형물이 참사 현장을 지켜보는 형상으로 설치됐다.

선박 탈출·익수자 구조…가상현실(VR) 체험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서 강사들이 생존수영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국민해양안전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서 강사들이 생존수영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국민해양안전관]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위탁운영 중인 해양안전관에서는 10여종의 안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침몰 상황을 재현한 선박 체험과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물에 빠지는 상황을 담은 가상현실(VR)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체험객은 3m 높이에서 물속으로 안전하게 뛰어내리는 선박 탈출 체험과 와이어를 활용한 익수자 구조 체험 등도 하고 있다.

해양안전관에는 해양 사고 외에도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진도 7.0 규모 지진 체험과 풍속 25m/s의 풍수해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쓰레기봉투나 돗자리, 과자봉지 등 생활용품을 이용해 물 위에 뜨는 바다 생존법도 배울 수 있다.

‘세월호 10주기’ 4월에만 505명 체험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서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찾은 중학생들이 강사의 선박 탈출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서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찾은 중학생들이 강사의 선박 탈출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황희규 기자

다양한 안전 체험 행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체험 신청자도 느는 추세다. 해양안전관에 따르면 개장 후 15일 평균 390명 선이던 체험객이 이달 들어선 15일까지 505명으로 늘어났다.

김영두 해양안전관 사무처장은 “답사 목적으로 방문했던 소방관이 가족을 데리고 다시 올 정도로 체험자들이 만족해한다”라며 “이달 들어서는 초등학교·중학교와 비영리단체 등 단체 예약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10주기에도 “운영비 입장차”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 프로그램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양안전관 내 ‘맘(Mom)’ 조형물 모습. 황희규 기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국민해양안전관에 프로그램 체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해양안전관 내 ‘맘(Mom)’ 조형물 모습. 황희규 기자

해양안전관은 당초 2018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추가 공사와 예산·운영비 등의 문제로 5년간 개관이 지연됐다. 정부는 연간 운영비 가운데 40%를 진도군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올해 들어서야 문을 열었다. 정부는 “해양안전관은 국가사업이 아닌, 추모사업인 만큼 운영비 25억원 중 국비 60%(15억원)를 제외한 10억원을 진도군이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반면 진도군은 “세월호 관련 사업인 만큼 정부가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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