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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년 만에 문 연 해양안전관과 진도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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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진도에 가서는 웃지도 말라.”

올해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 후 전남 진도군 안팎에서 돌았던 말이다. 진도는 2014년 4월 16일 맹골수도 해상에서 탑승객 304명이 숨진 후 오랜 트라우마를 겪어왔다. 지금도 팽목항(진도항)을 찾은 추모객들은 10년 전을 회상하며 굳은 얼굴로 눈물을 훔치곤 한다.

진도 주민들은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안색이 어두워진다. 참사가 발생한 곳이라는 이유 만으로 10년간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세월호 침몰 후 선체가 인양될 때까지 죄인이라도 된 듯 숨죽여왔다”고 말한다.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 건립된 국민해양안전관. [연합뉴스]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 건립된 국민해양안전관. [연합뉴스]

참사 후 꽃게나 미역 등 진도산 수산물을 외면했던 사회 분위기도 주민들에겐 상처로 남았다. 사고 후 생업을 접고 승객 구조와 봉사활동에 나선 주민들로선 억울함을 넘어선 분노가 자리했다고 한다. 전남대병원 조사 결과 참사 3년 후까지 진도 주민 10명 중 2명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할 정도였다.

세월호 사고 후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주민들을 힘겹게 했다. 전국적인 관광지였던 진도군 곳곳의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참사 후 경영난에 직면했다. 진도군에 따르면 참사 후 어민과 상공인들이 대출받은 특별자금 270억원 중 절반 이상이 아직 상환되지 못한 상태다.

진도군은 참사 이후 ‘국립 국민해양안전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세월호의 상처를 치유하면서도 주민들의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추모사업 일환이었다. “팽목항에 남은 컨테이너 분향소가 진도항 건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여론도 사업 추진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당초 2018년 준공 예정이던 해양안전관은 지난해 11월에야 완공됐고,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난 1월에야 정식 개관했다. 부지 매입과 설계용역, 공사비 확보 등의 절차가 지연된 결과였다.

해양안전관은 국비 27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462㎡ 규모로 건립됐다. 팽목항에서 600m 거리인 시설에선 10여종의 안전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선박 침몰 및 기상재난 체험과 바다 생존법 등이 호응을 얻으면서 체험객이 늘고 있다.

진도군 안팎에선 “이젠 (해양안전관의) 운영비가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연간 운영비 25억원 중 40%(10억원)를 진도군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시설을 개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양안전관은 국가사업이 아닌 추모사업인 만큼 운영비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도군은 “재정자립도 7%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자체에서 매년 10억원을 감당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모사업 특성상 적자운영 가능성이 높은 것도 진도군과 주민들의 우려가 큰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세월호 기억공간이 운영비 때문에 또다시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