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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총리는 모디' 인도 총선...힌두 황제 3기, 드리운 먹구름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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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19일(현지시간) 총선이 시작된다. 이변이 없는 한 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도 미루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도 미루트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체 인구 14억 명인 인도의 이번 총선 유권자 수는 9억7000만 명에 이른다. 투표는 오는 6월1일까지 44일간 진행되고, 선거 결과는 같은 달 4일 발표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인도는 이번 선거를 통해 연방하원(로크 사바) 543명을 선출하며,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른다. 총리와 하원의원의 임기는 모두 5년으로 2029년까지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집권 여당 BJP가 이끄는 여권 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4일 인도 TV-CNX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NDA가 전체 의석의 73%인 399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BJP 단독으로도 과반(272석)을 훌쩍 뛰어넘은 342석 달성이 예상됐다.

‘반(反) 모디’로 뭉친 야당 연합은 94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제1 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와 신생 야당인 보통사람당(AAP) 등 27개 야당이 ‘인도국가발전통합연맹’를 결성했지만, 파벌 싸움 등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분열해왔다. 드와이파얀 파타차리아 자와할랄네루대 정치학 교수는 “야당이 스스로 분열해, 여당은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모디 지지율 80%…인기 비결은 경제 성장

인도 역사상 ‘3연임·3연속 다수당’ 기록은 '국부(國父)'로 불리는 자와할랄 네루(1947~64년, 16년9개월 재임) 초대 총리만 달성했다. 그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는 3연임(1966~77년과 1980~84년, 15년11개월 재임)에는 성공했지만 3연속 다수당을 이끌진 못했다. 이번 총선이 예상대로 BJP의 승리로 끝나면, 모디 총리는 네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현재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79%(미국 퓨리서치, 지난해 9월)로, 수년째 70%를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이같은 콘크리트 인기 비결로 인도 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꼽았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뉴델리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인도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7년, 인도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모디 집권 이전인) 10년 전엔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고 전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실제로 11년 전인 2013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인도를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 경상수지,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5대 취약국가(Fragile Five,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튀르키예·남아프리카공화국)’로 선정했다.

하지만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14년 세계 11위였던 인도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이 기간 인도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3배로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7%대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시 2014년 361억달러(약 49조원)에서 지난해 710억달러(약 97조원)로 치솟았다.

국격도 상승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인류 최초 달 남극 착륙 등 초대형 이벤트가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운데, 인도는 ‘줄타기’ 균형 외교로 미국과 중국·러시아 모두에게 구애를 받는 ‘귀한 몸’이 됐다.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우스, 미·중 제해권 다툼 무대가 된 인도양의 맹주로 존재감도 키웠다. 대다수 인도인들이 “모디의 집권이 인도의 미래에 이익이 된다”고 믿게 된 이유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9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국제미디어센터를 방문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해 9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국제미디어센터를 방문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모디 신화' 재평가 가능성

하지만 ‘모디 3기’엔 모디 총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FT 등은 전망했다. 지금껏 경제 발전 성과만을 중시하던 인도인들이 ▶경제적 불평등 심화 ▶민주주의 위기 ▶종교 탄압 등에 눈을 뜨면서 '모디 신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인도는 경제 성장의 과실을 일부 부유층이 독점하면서 세계 최악 수준의 빈부 격차가 나타났다. 모디 집권기에 인도의 억만장자 수는 3배 증가했지만, 1인당 국민소득(2342달러, 약 300만 원)은 인근 국가인 방글라데시(2362달러)·스리랑카(3699달러·약 480만 원)보다도 적다.

세계 불평등연구소(WIL)에 따르면, 인도는 상위 1% 부유층이 인도 전체 자산의 40%가 넘는 막대한 부를 독차지하고 있다. WIL은 인도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보다 오늘날 빈부격차가 더 심하다고도 분석했다.

인도 차티스가르(Chhattisgarh)주 암비카푸르(Ambikapur) 지구에 있는 칼얀푸르(Kalyanpur) 마을에 거주하는 한 빈민 남자가 감염병에 걸려 자신의 집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인도 차티스가르(Chhattisgarh)주 암비카푸르(Ambikapur) 지구에 있는 칼얀푸르(Kalyanpur) 마을에 거주하는 한 빈민 남자가 감염병에 걸려 자신의 집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노골적인 야당·언론 탄압도 이슈가 되고 있다. FT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부패 혐의로 체포된 정치인 중 95%가 야당 의원이었다고 전했다. 제1 야당인 INC는 “중앙세무당국이 야당 무력화를 목표로 은행 계좌에 있는 수백만 달러를 동결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마비시켰다”고 비판했다. 라훌 간디 전 INC 총재는 “모디가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과 공격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인도는 180개국 중 161위였다. 5년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여러 차례 인터넷이 차단된 국가로도 조사됐다.

모디 총리는 정경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친(親) 정부 성향의 기업인들을 앞세워 언론을 장악해왔다. 모디 총리와 절친한 무케시 암바니가 이끄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은 신문·방송 등 미디어 매체를 70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정부에 비판적인 NDTV을 적대적 인수한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역시 모디와 막역한 사이다.

지난 2022년 8월 26일 인도 뉴델리의 길가를 따라 뉴델리 텔레비전(NDTV)의 마이크가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2년 8월 26일 인도 뉴델리의 길가를 따라 뉴델리 텔레비전(NDTV)의 마이크가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디 3기엔 비(非)힌두교도, 특히 이슬람교도(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디 총리는 지난 10년간 힌두교를 앞세워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힌두트바(힌두 근본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BJP가 무슬림에 대한 증오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힌두교도를 결속해 모디의 집권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힌두트바는 모디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종교에 대한 모디 총리의 차별 정책은 미얀마·파키스탄 등 주변국에 또다른 종교·인종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모디 3기에 인도가 강대국으로서 주변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포용적·다원적·세속적 자유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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